백사의 사랑 [묵화설화]

타타오墨話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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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랑-이것도 사랑이라면 당신은 어떡하시겠어요?
밀어낼 수 있겠습니까?
아니면....
허선이라는 선비가 살았습니다.
그는 나이가 차서 며칠의 선을 봤지만
마음이 차는 여인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허선이 어느 날 산을 유람하다가
정자에 앉아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실을 엎는데
갑자기 비가 후두둑 내렸지요.
그러자 두 여인이 나타나 정자에서 비를 피하는데
한 여인은 아름다웠고 태도가 조신했으며
그 옆에는 어린 소녀가 동행했습니다.
허선은 여인에게 자신의 우산을 내밀며 말했습니다.
장졸간에 산중에서 비를 만나니
당황스럽겠어요. 이 우산을 쓰고 가시지요.
그러자 여인 옆 소녀가 말했습니다.
당황은요 무슨 실은 이 여자가 천 년 묵은 뱀인데
선비님을 오늘 꼬셔서 잡아먹으려고
잠복 중이었답니다.
그리고 이 비도 나름 도술로 부른 것이고요.
그러니 목숨을 보존하시려면 얼른 가세요.
여인은 슬픈 눈으로 말했습니다.
이 애는 제 동생인데 어릴 때 녹용을 많이 먹다 보니
열이 치받아 정신이 좀 오락가락하고
말도 함부로 한답니다.
너무 괴념치 마시지요.
제 이름은 백소정이라 합니다.
소녀가 또 끼어들었습니다.
하여튼 입만 틀면 거짓말이 쾰일쾰일 쏟아진다니까
이 여자는 선비님이 허선이라는 걸
진작부터 알고 있었답니다.
아 저는 마시라고 해요.
마시가 악수라도 하려는 듯 손을 내밀었지만
허선은 백소정을 향한 눈길이 떨어질 줄 몰랐습니다.
백소정이 우산을 사양하며 말했습니다.
제 집이 가깝습니다.
차라리 선비님이 우산을 씌워
저를 저기까지 데려다 주시고 우산을 챙겨가시미
마시가 토를 달았습니다.
선비님 이제 따라가면 황천길입니다.
알아서 하이소.
허선은 우산을 그녀에게 씌운 채
자신의 옷이 다 젖는 것도 상관 않고
그녀의 집까지 바래다 주었습니다.
백소정은 만난 잡채를 허선에게 대접했고
백사주도 몇 잔을 따라주니
허선은 좋아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툴툴거리던 마시도 잡채는 함께 먹으며 말했지요.
여기까지만 하셔 선비양반
절대로 차를 섞지 말라는 말이요.
하지만 그날 이후
허선은 틈만 나면 백소정의 집에 드나들었고
나중에는 백소정도 허선의 집에 왕래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허선은 주변 친구들에게도 백소정을 소개했습니다.
내가 전생에 복을 지었는지 이런 미인을 만났네.
게다가 성품이 얼마나 좋은지
한 가지도 나를 거슬리지 않고
내가 원한다면 뭐든 해 바친다니까
완전히 입속의 혀 같아.
마시가 그런 자리에도
안주를 먹으며 한마디 끼어들곤 했습니다.
입속의 혀 맞지요.
그런데 그 혀가 두 갈래로 갈라진 건 아시나 몰라
두 사람은 날로 정이 깊어졌고
결국은 혼이 나여 부부가 되었습니다.
잘 살았을까요
잘 사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둘은 잠시도 떨어지기 싫어했고
서로는 서로에게 정이라는 물엿으로 칭칭 감겼으니
둘이 합쳐지면 깨에서 기름자듯
그런 과정에서 백수정은 점점 얼굴에 광채가 나고 아름다워지는데
허선은 점점 말라갔습니다.
아내는 온갖 몸에 좋다는 음식임에 약재를 구해
남편을 위해 요리하고 다려주었지요.
어느 날 그 집의 한 스님이 탁발을 하고자 나타났습니다.
백수정이 음식을 담아 공양하려고 하는데
그 잠시를 떨어지기 싫어 허선도 따라 나왔지요.
스님이 바로여 음식을 봤더니 허선을 보고 말했습니다.
사람이 어찌 뱀과 몸을 섞어 산단 말이오
이 요물이 천년 묵은 백사임을 아직도 모르시오
허선이 화를 냈습니다.
내 소중한 아내에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요
법회가 말했습니다.
같이 산 지 1년이 넘으면 당신은 몸에 정화지기를 다 뺏겨
그물거리는 껍데기만 남을 것이오
그땐 이 요물도 인간의 단물을 다 빨아먹었으니
무기력해진 당신을 버리고 떠날 게요
정신 똑바로 차리시오
허선이 그 말에 아내를 쳐다보는데
백수정은 허선 앞에 엎드려
아무 말도 못하고 울먹일 뿐이었습니다.
여보 뭐라고 말 좀 해보오
이 땡중이 거짓말하는 거라고
내가 당장 몽둥이 찜질을 해서 쫓아버릴까
남군님 제 마음을 못 믿으십니까
제겐 오직 남군님 뿐입니다
어떤 사역도 없고 바라노니
님의 행복을 바랄 뿐입니다
허선은 그 말을 듣고
몽둥이를 치켜들어 중을 때려주려 하는데
마시가 눈을 부비며 나왔습니다.
어 내 사제 법회 아닌가
이 집에 웬일이요
아 저 예쁜 꽃뱀 잡으러 왔구나
법회는 마시에게 깎듯이 절했습니다.
아 마시 사양께서 계신지 몰랐습니다.
법회 인사 올립니다.
잘 왔네
이왕 온 김에 저 요물 본색을 드러나게 해줘
이 순딩이 선비가 정신 차리도록 말이지
내 말은 듣지도 않다니까
법회가 백소정을 향해 입을 열었습니다.
이제 내가 법력으로 명하노니
너의 본 모습을 보여라
속이려들면 산매의 쥐나로 인해 몸이 타버릴 것이다
백소정은 허선에게 달려가
그 팔을 붙들고 호소했습니다.
여보 저 중이 날 죽이려고 해요
하지만 허선은 그녀의 손이 이미 불덩어리처럼 뜨겁게 느껴져
자기도 모르게 뿌리치고 말았습니다.
땅에 내던져진 백소정은
온몸이 타들어가는 듯 연기가 솟아오르자
괴로워서 발작을 일으키며 뒹굴었습니다.
이때 허선이 그녀에게 외쳤습니다.
여보 타죽기 전에 당신의 본 모습을 보여
난 괜찮아 괜찮다고
그의 말을 들은 백소정은 꿈틀거리며
커다란 흰뱀으로 정체를 드러냈지요.
법회가 사인검을 꺼내들어 흰뱀을 배려하자
허선이 울부짖으며 그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대사님 차비를 베푸소서
아내가 무엇이었든 간에 정말로 저를 사랑했을 뿐입니다.
법회가 어찌할지 몰라 마시쪽을 살폈습니다.
마시가 작은 호리병을 꺼내더니 주문을 외웠고
흰뱀은 한줄기 연기처럼 되어 그 안으로 빨려들어갔지요.
이 뱀은 감히 사람을 유혹하여 정화지기를 훔치려 했으니
마땅히 죽여 완전히 없애야 하나
저것도 나름 수련하여 연기를 얻었고
그 마음속에 한가닥 진실함이 비쳤으니
내 일당 봉인만 해드리라.
법회 자네가 득도 원만에 들면
이 생명도 자네의 천국세계로 거두어가게나
그게 자네가 할 수 있는 선해가 아니겠는가
네 사형 그리하겠습니다.
이 흰뱀은 나중에 정말 법회의 천국세계에 태어났을까요?
아니었습니다.
허선이란 선비가 그날 이후 마시와 함께 열심히 수련을 했고
그가 득도 원만을 하여 천국생을 이루게 될 때
그곳으로 인도하게 되었습니다.
백사는 거기에서 백령으로 진화하여 그의 호법신장이 되지요.
이 백사설화는 한중일에 퍼지면서 다양한 결말이 지어지지만
제가 본 결말은 바로 이것입니다.
이 뱀이 꽃처럼 아름다운 뱀이란 말의 근원인기도 합니다.
어떤가요?
당신도 어느 날 우연이라도 저런 꽃뱀 한 번 만나고 싶으신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