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며듣는소설 명절에 서울 아들네 갔다가 화가 나서 돌아온 심여사 이야기 들어볼래요? | #책읽어주는남자 #책과함께하는하루단잠

책과 함께하는 하루 단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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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며듣는이야기 #잠자리소설
하루의 끝, 조용한 밤.
당신을 깊은 이야기 속으로 이끄는 오디오북 채널, 책과 함께하는 하루 '단잠'입니다.
🛏️ 잠들기 전,
🚶♀️ 혼자만의 감성 산책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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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00 인트로
00:01:12 본문낭독
00:45:44 단잠의 아주 주관적인 감상평
00:51:08클로징 음악 "오늘 하루도 평안했나요"
#오디오북소설 #한국문학낭독 #밤에듣기좋은이야기 #감성오디오북 #자기전듣는책 #책읽어주는유튜브 #단잠을위한오디오북 #소설읽어주는채널 #조용한밤이야기 #audiobook #한국소설 #소설낭독 #단잠의꿈꾸는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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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요약
AI 생성심 여사가 아들 내외와의 갈등으로 집을 나온 뒤, 단지 내 은행나무를 지키려는 노력과 유기견 '은행이'와의 교감을 통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가족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은행나무 협주곡>의 낭독 내용입니다.
여러분혹시반려견을키우시나요뭐반려견이나
반려묘를 키우시는 분들 또는 키우지 않으시는
분들도오늘제가읽어드리는소설은재미있게
들으실수있을것같습니다오늘은이진작가의
단편소설 은행나무 협주곡을 들려드릴 거예요
이 소설은 모처럼 한가위를 맞아서 아들 내외가
사는 곳으로 차례를 지내러 역귀성을 간 심여사가
어쩐일인지아들며느리에게
단단히심통이났는데요.
그런데 그 이유를 알고 보면 참
들어보시면공감이되실것같네요.
저는 주인공 심여사에게도 또 그 아들에게도
50대 50으로 비슷하게 공감이 갔거든요.
여러분은어떠실지궁금합니다.
이제소설읽기를시작하겠습니다.
끝까지함께해주세요.
은행나무협주곡이진
지나치게빠른도착이
심여사로선 영
마뜩찮았다. 아들한테 전화라도
걸어 한판 야무지게 혼쭐을
내줄까. 아직도 맘이
설렁거리는데두고내리는물건은
없는지잘살피신다음
내리란다. 결혼한지
10년이 넘도록 손주 새끼 하나
안겨줄생각이없는아들내외한테
서운한마음이야. 워낙에
해묵은터라그러려니했다.
토끼도아닌것이
깡충한 꼬리를 하고서
지랄맞게깡깡대쌓는
뭔콕이라냐하는서양계의종자를키우는것도
세태가바뀌어가는판국이니또그러려니했다.
볼품없는 몽땅한 다리로 종종거리는 난쟁이
개주제에장거리여행을하면멀미를한다나
어쩐다나 그걸 핑계 삼아 설이고 추석이고 얼렁뚱땅
넘어가는꼬락선이또한그러려니했다.
홀몸인심여사가역귀성으로나서는게홀
가뿐했고명절손님치를일없어외려
편하기도했다. 그런데이번엔그동안의
모든그러려니가물구나무를서고말았다.
우리본이가중병에걸렸대요.
얼마 못 산대요. 불쌍해서 어떡해요?
눈물 콧물 찔찔거리며 첫인사를 가름하는
며느리의낯짝이참으로어처구니없었다.
반년 만에 보는 시어미의
안부는 어디로 물건너갔는지
코빼기도비치지않았다.
그렇다고 심여사가 어깃장을 놓을 생각은 아니었다.
나도 사방팔방 아파 죽겄다야.
사람이고 개고 늙으면 다 아픈 거여.
극한개새끼죽으면새로또한
마리 어디다 키우면 될 거인디.
뭔 초상집도 아니겄고 울고불고 야단이다냐.
걱정말어. 길가상에널린것이개들아.
심여사 나름으론 대안이고 위로였다.
며느리한테서 찬바람이 씽씽 불어댈
거라곤 전혀 생각지 못했다.
언제그리살갑게정을나눈것도아니지만이번
추석때만큼심여사가좌불안석인적은없었다.
심여사를 볼 때마다 기를 쓰고 지져대던
못난이개가아무데나힘없이늘어져
헥헥대는꼬락선이도도시성가시기만했다.
아들이고며느리고
온통 그 개의 종자한테
마음이쏠려조상님께올릴
차례상에는음식준비부터
상차림이며철상에
이르기까지 건성이기만했다.
심여사는
한가위차례상을물리고선
못마땅한 기색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쓰면서 조곤조곤 타일렀다.
첫대응에서의실수를
만회해야겠단 나름의 계산도
있었다. 너희들마음이
성가실줄은안다만아무리
그렇더라도조상님께대한
예우가그리헐해서야쓰겄냐.
지성이면감천이란말도있는데저것한테
그리도 마음이 쓰이면 더 정성을 들여야지.
개만치도대접을못받음사.
어떤 조상이 응감해주려고 하겄냐.
아들놈이 꾀악 소리지르는 건 그때였다.
우리본인을그런식으로대하지마시라니까요.
심여사는 가슴이 쿵쾅거리고 중치가 막혀
하마터면그자리에선나동그라질뻔하였다.
제 자식이라도 부모 앞에서는 그리 못할 것이연만
생기다만개새끼한마리를오고감탕으로
물고 빠는 아들네를 그동안 참아준 건 언젠간
제정신을찾게될아들에대한믿음때문이었다.
본인은우리가족이라고몇번을말씀드려요?
우리본인은어머니가생각하는
그런 개가 아니라고요.
그렇지 않아도 속상해 죽겠는데
어머니까지왜이래요?
심여사는 그 길로 짐을 쌌다.
그렇게 가시면 어떡해요?
뒤도돌아보지않고나서는심
여사를 며느리가 붙들었다.
하지만 그릇은 이미 깨졌고 물은 진즉에 쏟아졌다.
가는차편이다음날로예매되어있으니
하룻밤더주무시고가야한다니.
갑작스레나서봐야차표를
당장구할수도없을거라니.
며느리가 나름 달래느라고 애를 썼지만 심
여사는 내친 걸음을 돌이킬 수 없었다.
순전히아들놈때문이었다.
당신이모셔다드려.
다음 차편 좌석이 다행스럽게도 하나 남아있네,
내일거는취소할게.
죄송하다든가조심히가시라든가인사는커녕눈길
한번주지않고서대놓고등을떠미는거였다.
부르르일어선마당에다시주질러
앉을수도없어심여사는고개를
빳빳이쳐들고아들네집을나섰다.
생전반가운기색을해보인적없는
못난이개종자가아들의어깨너머로
심여사를 말끄러움이 쳐다보았다.
불과세시간여전이었다.
기차를탄시간만으로치면한
시간 반을 넘었을까 말까였다.
심여사는왠지억울했다.
비싼 돈값을 할라치면 더 오래
태워줘야마땅하지않은가.
한숨눈붙이고졸기라도했다면
반분이나마화가풀렸을지모른다.
다독이면다독일수록더뻗쳐오르는
심통을 가라앉힐 새도 없이 이건 숫자에
타자마자 내쫓질 않는가 말이다.
어찌이럴수가있는가.
심여사는 괜한 기차에다 대고 퉤 침을 뱉었다.
어머, 저 할머니 왜 저래?
젊디나 젊은 것이 인상을 찌푸리며 지나갔다.
악이 없는 보닥지 같은 걸 가슴팍에다 척
차고 있어 애어멈인가 했더니만 쥐방울만한
강아지한마리가껌딱지로붙어있다.
아이고, 쓸데없이 참견어들 말고
너희 어메한테 하나 잘여.
극한 개새끼 봉양에 넋 뺀다고
밥이나와죽이나와.
젊은것이휙돌아보았다.
째려보는 눈썰미가 사람 하나 잡을 기세다.
거기에 주눅 들 심여사가 아니었다.
그러지 않아도 마음에 켜켜이 쌓아
가지고온심화를어디에다든막
쏟아붓고싶어미칠지경이던참이었다.
심여사는너잘만났다싶은생각에
온갖 억하심정을 발에다 실어 돌진했다.
그 순간 뭔가가 턱 심여사의 발목을 걸었다.
계단 턱이었다, 어어어, 뒤로 나자빠지려는 순간.
계단을오르려던이들이심
여사의 양팔을 다급히 붙들었다.
괜찮으세요, 조심하시죠,
짜증과창피로화끈달아오른심여사를
사람들이걱정스러운눈빛으로바라보았다.
그사이젊은것은계단을다타고
올라가물가물사라져버리고말았다.
심여사는 기차역에서 열두어 정거장쯤 가야 하는
집까지시내버스를타는대신걷기로했다.
초가을 한낮의 햇볕이 암만 땡땡해도 뱃속에서부터
치밀어 오르는 부하를 당해내지 못할 거였다.
그되먹자는젊은것만만나지않았어도
엉덩이걸친지얼마나됐다고쫓아내기바쁜
고속열차를 타지만 않았어도 아들놈한테
어이없는행패를당하지만않았어도.
본인가 코기인가 하는 개종자가 죽을 병에 걸렸다며
며느리가눈물콧물찔찔거리지만않았어도.
걸어도걸어도후회와불평은
쉽게 누워들질 않았다.
짊어진 가방이 윗도리와 딱 달라붙어 등허리가
뜨거운데다흘러내린땀으로끈적거리기조차했다.
심여사는 차들이 쌩 지나갈 때마다
그것들이 일으키는 먼지바람이나마
쏘이려고잠시멈춰서곤했다.
차체가클수록끼쳐오는바람도더컸다.
후끈하게데워진매연이뒷맛으로남겨주는
불쾌감정도야참아줄만했다.
119 구급차가 숨가쁘게 울어대며 심여사의
아파트단지정문으로돌진해들어갔다.
땀에 푹 젖은 심여사가 길 건너에서
신호등이바뀌길기다리는중이었다.
덜컥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이번엔또누구인가?
평생을함께해온남편도,
가족처럼 지내온 40년 지기 이웃사촌도,
자매끼리말년의과부생활을즐겨보자며
바로옆동으로이사왔던여동생도.
119 구급차에 실려간 후로는
영영돌아오지못했다.
심여사는 문득 초조하고 불안해졌다.
여덟동이나되는적잖은규모의아파트
단지에는분양초기에입주하여아파트와
함께늙어온노인들이상당수남아있었다.
한두사람만건너면그집의숟가락이몇
개인지까지다알수있는이들이었다.
보행자신호등이초록색으로바뀌기까지가
한 10년은 되나 싶게 길기만 했다.
바쁜 발걸음에 비해 거리는 쑥쑥 줄어들질 않았다.
아파트정문까지뻗은길은가파른오르막이었다.
심여사가 겨우 입구에도 달하자 조금 전에
그구급차가다시소리를내지르며언덕길을
위태롭게내려오더니정문을빠져나갔다.
멀어지는구급차를눈길로뒤쫓으며
심여사는후한숨을내쉬었다.
초가을오후의햇살이정수리에뜨겁게꽂혀왔다.
그 순간 심여사의 종아리를 스치며 희끄무레한
뭔가가 후두둑 길 아래로 뛰쳐내려갔다.
개였다.
길게늘어진목줄이땅바닥을
쓸며흙먼지를일으켰다.
당당한 풍채로 보아 진돗개
종자쯤은 될 성 싶었다.
개라면모름지기저정도는되어야지.
심여사는생뚱맞게튀어나온혼잣말에실소했다.
관리사무소근처에몇몇
사람들이모여시끌벅적이었다.
그들은심여사를보자마자서울서
내려오는길이냐니, 대기업과장님
아들한테효도는톡톡히받고왔냐니,
간김에푹쉬어오지왜이리빨리왔냐니,
안부 인사가 걸쭉하였다.
119 구급차가 왔다가두만, 뭔 일이다요?
심여사는 시끄러운 속내를 감추고 물었다.
너도나도서로대답을해주려나섰다.
그 갱아지 할배 아니쏘 갑작스리 뒤로 떨어져
불어서는 우리가 마침 여그서 있다가 딱
봤은께 망정이제 아주 큰일 날 뻔했당께요.
그 양반이 원래 혈압이라 안 했소 몸
관리하니라고하루세번은꼬박개를
데리고 나와 산책하고 그러등만은 암만
그래도나이앞에는장사없다니께.
내 친구 한나는 모여서니 들은 자기 지인들이
갑작스레당한건강상의사건사고에관한수많은
사례들을 서로 앞다퉈 제시하느라 침을 튀겼다.
길한복판에서, 계단에서, 화장실에서,
아무 예고 없이 닥쳐든 재난을 피하지 못해
세상을떠난경우나운좋게발견되어
살아났더라도그후유증으로사는게결코사는
게아니라는식의걱정과근심과염려들.
심여사에게도 그 불안증은 전염되었다.
우리 보니가 중병에 걸렸대요.
지염의 건강문제는 안중에도 없으면서.
늙은 게 안녕에는 그리도 전전긍긍이던
아들 내외가 새삼 괘씸스러웠다.
아이구야, 그러고 보니 그놈이 안 보이네.
바늘 가는데 실 가더라고.
생전떨어져다니들안했는디.
사람들이여기저기둘러보기시작했다.
심여사는 길게 늘어진 목줄로 땅바닥을
쓸며 큰길 쪽으로 달려가던 개가.
바로그개가아니었을까싶어졌다.
같은동, 같은통로를쓰는강아지
할배와는친분이없어사실상그들에
대해 심여사가 아는 건 별로 없었다.
개라면 모름지기, 집 지키는 일이 우선적으로
할일이고버리기아까운음식물처리가그
다음할일이라고생각하는심여사였다.
하여경비직원의 CCTV에집지켜
줄채비가 온전한 아파트에서 비싼 사료
먹여가며 개 따위를 키우는 늙은네들의
별난취미엔거부감마저느끼는터수였다.
그런 심여사의 아들내미가 짜잔스런 개 한
마리를온갖지극정성으로제자식키우듯하는
마당이니 누구한테 훈계질을 할 수도 없어 마땅치
않은 대로 스쳐 지나가며 훑어본 게 전부였다.
여튼 심여사로선 자신과 친분이 별로 없는
이의불행에다소나마위안을얻었다.
다행스럽다고까지는 할 수 없어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없다싶으니마음이놓인것이다.
심여사는 은행나무 그늘을
디디며집으로향했다.
맨앞동에서부터끝동까지아파트안길을따라쭉
늘어선은행나무길은언제걸어도기분이좋았다.
심여사가 이 아파트에서 떠나지 못하는
제일큰이유도어쩌면은행잎이
노랗게물드는가을풍경때문이었다.
심여사의 3층베란다에선 손을 뻗으면
닿을만큼으로은행나무길이가가까워
늦가을이면떨어져쌓인이파리들로
베란다가 온통 샛노랗게 물들곤 했다.
다른 이들은 쓸어내기 귀찮다고 성화였지만
심여사는시들어가는은행잎에서
풍기는 마른 내가 그리도 좋았다.
어디가을뿐이랴.
연두빛이소리없이화르르펼쳐지는봄의새순도,
장한초록으로땡볕을가리는여름그늘도,
하얀 눈꽃을 입고서 반짝거리는 겨울가지도
심여사에게는 늘 설레는 풍경이었다.
처음이사들어올때는두손모아끌어주면
그안에쏙들어오던둥치가이젠두
팔을벌려안아야할만큼무성하게자라
해마다그풍취는더욱보급스러워져갔다.
가을로 접어드는 은행나무길의 고즈넉한 풍경에
취해걷다보니아들네집에서의불화도,
기차역에서마주친젊은것의밉상도.
일일구구급차소리가주던불안감도
먼나라일처럼아득해졌다.
문득 둥치 한가운데 다 불그죽죽한 노끈으로
띠를 맨 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왔다.
앞뒤로쭉살펴보니한그루만이아니었다.
심여사는 저 한만치서 작업
중인경비원을발견했다.
쪼까 신뢰를 해도 될랑가요?
왜노끈으로나무둥치를매고있다요?
냄새고약하다고잘라내야한다고야단들아닙니까?
해서지금열매달린앞나무에다만
표식을하는중이랍니다.
찬바람 나고 이파리 다 떨어지고 나믄
표시된것만골라서잘라없앤다만요.
뭔소리다요?
은행나무에은행여는거는당연지사,
많이 열었다고 칭찬은 못할망정 잘라 없앤다고라?
주민자치회에서 결의를 했다는디
우리가 뭔 힘이 있간디요?
왜하루종일심사꼬이는일들만
벌어지는지도시모를일이었다.
심여사는눈시리게파란하늘을이고
선우람한은행나무들을쳐다보았다.
며칠전까지도땡땡했던초록이
설핏 노르스름해져 있다.
이젠마흔을훌쩍넘긴아들놈이초등학생
시절일때만해도가을이면아파트주민들이
앞다퉈 은행알을 줍느라 난리법석이었다.
남들보다한줌이라도더주워담으려고
나무를발로차고흔들어대다
혼나는아이들도한둘이아니었다.
손에서풍기는고약한냄새를친구들옷자락에
묻히려고 뛰어다니던 아이들의 깨르륵
웃음소리가아직도귀전에서쟁쟁하건만.
난반대요.
나도 주민이니께 의견 낼 자격이 되지라.
나는절대로반대요.
그런 의견은 직접 관리사무소에다 밝혀주셔야 제요.
우리같은경비원들이사
시키믄 시킨 대로 하는 것이지.
뭔결정권이있다요?
따는맞는말이었다.
심여사는관리사무소쪽으로발길을돌렸다.
이미작업이시작된만큼예산안도
통과되었을게뻔하지만.
관리소장은주민자치회에다책임을떠넘길것이고.
자치회는주민과반수의의견에따랐을
뿐이라고변명을늘어놓겠지만그래도
한마디쯤은 해야 직성이 풀릴 듯 싶었다.
심여사는 할 말을 골라
연습 삼아 중얼거려 보았다.
그늘줘, 열매줘,
이쁘게 물들어 눈호강시켜줘.
잘못한 거이 무엇이라고 그리도
몰강스럽게잘라낸단말이오?
주민전체투표한번안했으면서
자치회결의상황이라고우기면끝이다요?
은행나무털끝하나만건드려보시오.
내가 아주 딱 그 자리에 누워볼라니까.
하지만도혼자설쳐봤자별반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았다.
심여사는 서너 시 몰려와 의견을 내는
게더낫지않을까싶어동행할만한
이가없을까곰곰생각해보았다.
자치회장인가뭔가하는이가은근슬쩍
주민들호주머니를터는능구렁이라고.
열 톤 트럭에 다 실어도 다 모시를 뒷소리를
해대는 이 빠른 죽들이 더러 있긴 했다.
심여사는한참을되작여
생각해보다고개를저었다.
그래봐야정작그앞에선회장님회장님
햇살며 눈웃음을 쳐대는 작자들이었다.
극한 똥냄새 풍기는 은행나무 몇
자루 잘라낸다고 대모를 하자고라?
아이고, 그거 길가상에 떨어져 발에 밟히기라도
해보시오. 생각만 해도 재수탱이구마는.
무성한사이사이로간벌해주는거라나무들한테도
좋고 공기도 쾌적해지고 아파트값이 오르면 올랐지.
떨어질일도없을거인디
뭔명분으로따지러간다요?
그런 논리로 심여사를 타박하지는
않으면다행일거였다.
관리사무소를 10여 미터 앞에 두고서
심여사는발길을멈추었다.
훨씬현실적이고확실한다른
방법이반짝떠올랐기때문이다.
심여사의 명치 위로 종이를 쌓였던 심화가
언제였냐는 듯 녹아내렸다.
1층 출입구로 들어서던 심여사는
평소와 다른 낌새에 놀라 주춤거렸다.
103호 현관문 앞에 덩치 큰 개 한
마리가웅크리고앉아헥헥거리는거였다.
좀전에구급차에실려갔다는
강아지할배의개인듯했다.
길게늘어진목줄에다닥다닥흙먼지가낀
걸보니달려가는구급차를따라정신없이
내달리다 끝내 놓치고선 되돌아본 모양이었다.
에구야, 니가 날벼락을 맞았구나.
집에 들어가도 못하고 어째야 쓸거나?
심여사는 버리기 아까워 모아둔 일회용
플라스틱그릇에다물을떠다주었다.
하지만녀석은심여사가내민
물그릇에선뜻혀를들이밀지않았다.
쳐다보는게부담스러워그러나싶어심여사는
물그릇을그녀의코앞에다두고일어섰다.
체면차릴거없어,
그깟물한사발이뭔대수라고.
심여사는계단을올라가면서도난간
사이로녀석이하는양을살펴보았다.
물그릇에코를대고흠흠맡아보다
말고휙고개를돌리고서자빠져앉는
꼬락서니가우습기도하고짠하기도하였다.
제할배가주는게아니면아예
입을대지않겠다는의리때문인지,
다른사람냄새에대한본능적인경계심인지,
여튼영리한종자임엔분명했다.
마당도없는열대평짜리좁은아파트에서
키우기엔당당한풍채가아까웠다.
아들네쪼끄만한개종자도서른몇평대의
아파트에서호사를누리며살건만은.
심여사가막집안으로들어서는데
전화벨이울렸다, 아들이었다.
호랑이도제말하면온다는속담은
이럴때를두고하는말이리라.
아들은죄송하다니, 잘내려가셨냐니,
본의가위암수술을앞두고있어예민해져
그랬다니, 전혀없이살갑게굴었다.
개종자한테수술이라니,
뭔그런호강이다있다냐.
사람수술비보다개수술비가엄청시리비싸다던데,
돈쓸데가그리도없냐.
심여사는금방이라도튀어나오려는
불평들을꼭꼭접어둔채그려
그려선선하게대답해주고말았다.
뭔가자신이해야할중요한일에마음이
쏠려한껏건성거려진심여사였다.
밤이이슥해지자심여사는장보기가방
안에다가위하나를챙겨놓고집을나섰다.
쏟아지는초저녁잠을이기지못해한숨늘어지게
자고났더니아주맞춤한시간이되었다.
오고가는사람들의두렁거림도,
들고나는차소리도거의나지않았다.
계단을오르내리는사람도없었다.
심여사가계단참에발을들여놓자화들짝
놀란센서등이까물까물빛을밝혔다.
제집문간에딱붙어엎드려있던누렁이가
심여사의발소리에고개를쳐들었다.
물그릇이반나마비어있는걸로
보아활짝거리긴한모양이었다.
느그할배, 앙증못오셨구나. 배고파서어쩐데?
쪼까지달려봐라.
허드득 다시 계단을 오르는 심
여사뒤로녀석이따라붙었다.
내 뒤를 따라오란 말이 아녀.
밥갖다줄테니까지달려보란것이지.
심여사는 재활용으로 분류해놓은 스티로폼
접시에 다 식은 밥 한 덩이를 올리고 먹다
남은 된장국 몇 숟갈을 부어 비볐다.
거기다국물용멸치까지몇마리얹었다.
어린시절시골집에서기르던개들이라면
환장하고도남을성찬이었다.
심여사의 집 앞까지 따라온 녀석은 코를
킁킁거리다말고계단을뛰어내려갔다.
니 할배도 요즘 것들 맹키로 세상
맛탱가리 없는 사료나 먹여 키웠나비?
요차시에입맛한번바꿔봐.
하지만녀석한텐따로다른
생각이있는모양이었다.
심여사가 내미는 밥그릇엔 아무
관심도보이지않고제집문앞으로
달려가더니앞발을들어문을긁어댔다.
심여사를 돌아보며 끼잉끼잉 신음
소리같은걸내기도했다.
멍하니 바라만 보는 심여사가 답답하다는
듯왔다갔다하며똑같은짓을반복했다.
그러더니한순간깡충뛰어올라현관
문고리를 잡아채려고까지 들었다.
집으로들어가게해달라는부탁인게분명했다.
심여사는녀석의하는양이안쓰러워
자기도모르게초인종을누르고말았다.
제주인이돌아왔다면진작에데리고들어갔을
테니 그래봐야 소용없으리란 걸 알면서도.
문 안쪽에서 아무런 소리도 움직임도 느껴지지
않자녀석은또다시끼깅거리며문을긁고
문고리를 잡아채려는 듯 껑충 뛰어오르고
간절한눈빛으로심여사를돌아보았다.
너희 할배는 암만 해도 못 오시는 게벼.
오늘은그작저작참아봐라.
날샘은오시겄제.
나는은행나무살리러갈란다.
녀석의귀가쫑긋해지는가싶었다.
뭔소린지나알고그러는건지원.
심여사는 혼잣말로 웅얼거리며
아파트마당으로나섰다.
8월 보름 한가위치고는
달빛도별빛도깜깜이었다.
구름이잔뜩끼어흐리겠으며,
곳에따라비가오겠습니다,
라던일기예보가딱들어맞는모양이었다.
심여사로선 하늘의
도우심이라고밖엔생각되지않았다.
심여사는 은행나무 허리에 둘러진
띠를찾아내가위로자를작정이었다.
만약그들이알아채고또다시묶어놓는다면
한번더가위질을해주면될거였다.
다만모든띠를다잘라내줄
수는없으리라는게걱정이었다.
그들이 바보가 아닌 바에야 표시 놋끈을 몽땅
다잘라내버리면절대자르거나지울수
없는새로운표식으로바꿔버릴수도있다.
그러면전부다살리려다하나도살리지
못하는최악의결과를초래할지도모른다.
심여사는 한동안 골똘하였다.
하지만 지 베란다가 가까이로 가지를 뻗친
매년가을마다노란행복을안겨주던
은행나무에띠가둘러져있는걸발견하자.
심여사의 골똘은 순간 폭파되고 말았다.
누가감히, 내은행나무를?
심여사는중얼거리며주위를살폈다.
아무도없었다.
심여사는 가위를 벌리고 팔을 뻗었다.
그런데앞만까치발을디뎌봐도가닿지않았다.
생각보다노끈의위치가높았다.
받침대가있어야할것같았다.
상추나 실파, 고추 같은 것들을 심어놓은 1층
노인네들의 스티로폼 박스가 유용해 보이긴 했지만.
가득 담긴 흙 무게를 감당할 수 없었다.
목욕용 앉은뱅이 의자를 집에서
가져오는게낫지않을까싶었다.
심여사는 다시 1층 출입구로 들어섰다.
축 처져 있던 누렁이가 꼬리를
살랑거리며 벌떡 일어났다.
자연스러운수순이라도된다는양,
3층까지 졸졸 심여사의 뒤를 따랐다.
앉은뱅이 의자를 찾아 들고서 심여사가 문을
열고 나오자 녀석은 심여사를 앞질러 제 집 문
앞으로 내리닫더니 좀 전과 똑같이 낑낑거렸다.
그리고는 문을 긁고 문고리를 향해 튀어 오르고
조금전과다름없는행동을반복했다.
그냥 마음 푹 내려놓고 기다려.
아까도 봤제, 초인종 눌러봐야
니 할배는 안 나온단께.
나는간다, 내은행살리러.
녀석의귀가또쫑긋해지는가싶었다.
심여사를 바라보는 눈초리도
어딘가더탐색적인듯하였다.
심심하면따라오든가.
제일로먼저손볼것이적어요, 내은행나무.
녀석이제집앞에서잠시망설이는가
싶더니 이내 심여사 뒤로 따라붙었다.
그놈 참, 낯값도 좋네.
혼잣말을 하다 말고 심여사는 녀석을 돌아보았다.
꿈뻑거리는 커다란 눈이 조금씩 서글퍼 배는 촉촉한
눈동자가어찌나맑은지속이다시릴지경이었다.
아들네 보니도 이런 눈동자를
가졌던가딱히생각나지않았다.
심여사는의자가조금만더
높았으면좋으련만싶었다.
앉은뱅이 의자 위에서 다시 까치발을
들고서야가위가맞춤한자리에가닿았다.
어쨌거나 1차 목적은 달성되었다, 싹둑.
산뜻하고도경쾌한소리에감격하여심
여사는눈물을찔끔거릴뻔하였다.
그렇다고성공에취해증거를남겨둘
만큼생각짧은심여사는아니었다.
장보기 가방에다 가위를 우선 챙겨놓고 바닥에
떨어진 노끈을 주워담으려고 허리를 굽혔다.
그 순간 앉은뱅이 의자가 기우뚱하면서
심여사는나동그라지고말았다.
아득히 먼 어디에선가 콩콩 개가 짖어대고
쥐방울만 한 강아지를 보듬어 하는 젊은 것이.
저할머니왜저래, 툴툴거리며지나가고
아들의 단단한 어깨 위를 올라앉은 보니가 심
여사를 무심한 눈빛으로 빤히 쳐다보았다.
할머니, 할머니,
누군가가 심여사의 어깨를 흔들었다.
랜턴불빛이눈을찔러왔다.
낮에만난바로그경비원이었다.
심여사는경비원의부축을받아욱신거리는몸을
일으키면서도혹시나들켰나싶어주변부터살폈다.
뒤집어진 앉은뱅이 의자 말고는
특별히눈길을끄는건없었다.
감청색 장보기 가방은 가위를 숨겨 안은
채잔디밭위에얌전히누워있었다.
노끈 조각은 보이지 않았다.
된통 나자빠지면서 정신이 잠시 혼미해졌던 건
틀림없으나잘린조각들을주워담은기억이
없거늘 그것들은 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괜찮으세요?
대자로 누워 계신 걸 보고 뭔 일
난줄알고가슴이철렁했다니까요.
119 구급차라도 불러드려요?
걱정말고버둔일보러가시시오.
늙은내가때없이걱정을끼쳐서죄송스럽구만요.
무슨말씀을, 괜찮으시다니, 참말다행입니다.
저놈이 어찌나 시끄럽게 짖어대는지
모를래야 모를 수가 있어야죠.
개 짖는 소리 때문에 사방팔방에서
민원 들어온 건 또 어떻고요?
새벽 2시가 다 돼가는데
주무시지도않고대체뭔일이래요?
심여사는 경비원을 빨리 따돌리고 싶었다.
자신의은밀한계획을절대로
들켜서는 안 될 일이었다.
겨우 한 구로 성공했을 뿐인데
허무하게좌절당할수는없다.
하루 이틀 뒤에라도 다시 시도하려면
어떤의심도받아서는안되었다.
혹시나 보름달님이 배일랑가 하고 내려왔지라.
엉덩이가 차오면 안되겠다
싶어서랑의자를깔고앉았는디.
어째기양삐딱해갖고는뒤집혀불었던가비.
경비원은심여사를 1층입구까지
바래다주며 얼른 들어가 쉬라고.
혹시 어디가 이상하거든 119에다
꼭전화하라고신신당부를했다.
심여사는 하려던 일을 담날로
미루는수밖에없다고생각했다.
첫시작에바로철수라니.
못내 아쉽긴 했지만 내일은 보다 차분하게
실수없이해낼수있을것같았다.
아참, 어르신, 저리큰개를데리고
나올때는반드시입마개를해야됩니다.
아무리 순하고 얌전해도 언제 돌변할지 모르니깐요.
걸리면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도 있고요.
돌아서던 경비원이 다시 심여사를
부르더니 훈계조로 덧붙였다.
심여사는어이가없어
큰소리로 대거리를 해주었다.
우리 개가 아니여.
나참에구급차에실려갔다든
갱아지 할밴의 누렁이란게.
저희 집 들어가게 해두라고 난리가 아니여.
어째 방법이 없을란가?
아이고야, 그집 비번도 모르지만은.
함부로문열었다.
주거침입죄로 걸려들면 큰일이지요.
저 목줄이라도 저희 집
문고리에다 걸어놔야 쓸랑가요?
질질끌고다니느라흙먼지로범벅이된
손잡이용목줄을경비원이잡으려고다가갔다.
그르릉, 누렁이가순식간에경계
태세로돌입하며이빨을드러냈다.
경비원이화들짝놀라뒤로물러섰다.
심여사가 얼른 나섰다.
뭐 땀에, 순둥이인줄 알았더니.
그래봤자 니 편 들어줄 사람 한나 없어야.
너희 할배도 없는디,
승깔불에 뭐한다냐, 가자, 가자!
그말을알아듣기라도한양누렁이가
슬금슬금 심여사의 뒤로 따라붙었다.
심여사는경비원을안심시켜
돌려보내고는그의제안대로목줄을
103호 현관 문고리에다 걸어주었다.
녀석은앞발을들어제집문을또다시긁어댔다.
끼잉끼잉 그런데 바로 거기 녀석이 뒤꽂은 그
자리에 노끈 조각이 떨어져 있는 게 아닌가.
심여사는깜짝놀랐다.
오매매 네가 여기다 살짜기 물어다 놨더냐.
시상해나이런영물이어디있을꼬고맙다
고마워 네가 내 은행을 살렸구나 네 할비
오실 때까정 밥 걱정 물 걱정은 말더라고.
심여사는 자신이 갖다 놔준 그대로 밥알 하나 축
나지 않은 밥그릇을 녀석에게 한번 더 권하면서
날세면사료부터사다주마약속해주었다.
사흘이지나도록강아지할배는돌아오지않았다.
1층 계단 참에 붙박이로 웅크려 엎드린
녀석 때문에 108동 3, 4호 라인
주민들은여간불편한게아니었다.
혹시물리거나해코지라도당할까싶어극도로
예민해진이들은몽둥이나벽돌조각을호신용
무기로삼아몸에지니고다닐지경이되었다.
어린아이의부모들은등하교길마다
조바심을쳤고겁에질려으아울음을
터뜨리는꼬맹이들도적지않았다.
며칠 새 108동 최고의 골칫거리로 부상한 걸
아는지모르는지녀석은거기서한발짝도비킬
생각이없다는듯종일그자리를고수했다.
물론종일은아니었다.
심여사가 작업을 개시하는
한밤중이면졸랑거리며뒤따라와.
심여사가 사다 준 사료 덕에
더부룩한장도비워내고잘린녹군을
물어가기도하느라자리를비웠으니까.
심여사로선 녀석의 협조가
그리필요한건아니었다.
한번 당해본 뒤끝이라 안전병이 의자에 오르내릴
때마다 최대한 주의를 기울였고, 잘린 노끈을
치울때도허리를구부리는대신아예쭈그리고
앉아넘어질가능성을최소화했기때문이다.
다만 적의에 찬 사람들의 눈초리를 종일
받아내느라애쓴녀석이안쓰러웠을뿐이다.
녀석 역시 그 시간만 되면 심
여사의발소리를기다리는눈치였다.
심여사가 제 목줄을 문고리에서
풀기시작하면기대가득한눈빛이
되어 꼬리를 살랑거리기까지 했다.
가자, 우리은행나무살리러!
심여사가낮은소리로중얼거리면녀석은
줄이팽팽히늘어지도록앞장서뛰쳐나갔다.
잘린노꾼을심여사보다먼저찾아제집
문간에 다 물어다 놓으려 바지런을 떨어댔다.
하지만아파트관리사무소에선녀석의
처리문제로골머리를앓는중이었다.
하루에도몇통씩걸려오는민원전화이다.
씩씩거리며쫓아와언성을높이는주민들을
응대하느라직원들의피로감은갈수록심화되었다.
강아지할배를싣고간 119 구급대요원을
수배하여병원을찾아내고연고자의연락처를알아내
연결을시도하기까지적잖은시간이흘렀음에도
개를처리할뾰족한방법은찾아지지않았다.
그런사정이어떻든심여사는하루세번꼬박
녀석의밥그릇물그릇을채워주고한밤중이면
녀석과 함께 은밀한 산책에 나서는 걸 계속했다.
혹여 눈치채일까 봐 하루의 작업량을 스스로
제한해둔데다사람들을만나기라도할라
치면그저산책나온척시치미를떼야
했으므로하룻밤의평균작업량은한동정도
거리의은행나무가로수길을넘지못했다.
누렁이와의 협업 닷새째 되던 날, 그 하룻밤이면
심여사의작업도어지간히끝날참이었다.
언제나처럼 장보기가방 안에다가 가위를 숨겨
놓고서 계단을 내려오던 심여사는 1층
출입구가텅비어있는걸발견했다.
그누렁이가보이지않았다.
자신이챙겨다주곤했던물그릇도사료그릇도
깨끗이치워져어디에도보이지않았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관리사무소에서 누렁이를 치워버렸나?
유기견 보호소 같은 데로 쫓아버렸나?
심여사는누렁이가박박긁어대곤했던
103호현관문앞으로바짝다가섰다.
끼잉, 끼잉, 바로 그 순간,
기대하지않았던소리가안쪽에서들려왔다.
환청인가 싶어 심여사는
문틈에다귀를붙여보았다.
심여사를볼때마다간절한
눈빛으로문을긁어대던,
문고리를잡아채기라도할듯홀짝뛰어대던,
바로 그 녀석의 낑낑거림 소리였다.
바로그때벌컥문이열렸다.
아이고, 누이신가 했더니만.
요놈이발소리를알아듣고
반가워 어쩔 줄을 모르는만요.
돌봐주셨단 말씀은 들었습니다만.
너무늦어서내일아침에나인사드릴라했는디.
기왕지사 오셨은께 좋게 들어오시제라
차라도 한잔 드심서나 강아지 할배였다.
심여사는안심이되면서도
어째선지모르게서운했다.
건강하니 돌아오셨으니 다행이구만요.
요앞이텅비었길래혹시나
싶어 을매라 놀랐는지.
누렁아, 너희 할배 오셔서 겁나 좋겄다.
낭중에 길에서라도 만나믄 아는 채나 하더라고.
그라믄 들어가 쉬세요.
늦은 시각에 실례가 많았구만요.
심여사는 강아지 할배와 누렁이한테
동시에인사를건네며발을뒤로뺐다.
그리친하게지내지도않았던영감과
늦은 밤에 차라리 가당차는 일이었다.
누렁이아니고은행이라요.
강아지 할배가 가뭇한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세상에나녀석의이름이은행이었다고?
걔한테 맞춤하지도 어울리지도 않는 이름이었으나
그동안녀석이심여사의뒤를촐랑촐랑
따라다니는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저거를바로요
앞 은행나무길에서 처음 만난당게요.
어린것이얼마나배가고팠는가냄새나는
은행알껍질을핥고있더란말이오.
어떤못된사람종자가저걸갖다
내부렸는지몰라도기냥짠앞디다.
저나내나비스무레한처지로구나
싶으니께안거둘수가있어야제라.
노리끼리한털빛도그렇고은행알맨치로
따글따글야무진것도그렇고시심사심
부르다본께아주이름이되야봅디다.
강아지할배는심여사가물어보기도전에녀석의
이름이지어진내력을장황하게늘어놓았다.
그사이녀석은문간에다발을
걸치고선눈치를살폈다.
지난며칠그래왔듯심여사의야간
작업에따라나설양인가보았다.
하지만녀석은제주인이부르자
쪼르르달려들어가버렸다.
살펴가봅시다, 강아지할배의목소리와함께
103호현관문이심여사의등뒤로닫혔다.
어째서인지뒤통수가허전하였다.
심여사는불현듯아들에게전화를걸고싶어졌다.
느그게있잖여보니수술은잘됐디야
퇴원했다고잉경과가좋다니께쓰겄다내가
그놈사료값한번보내마젤로영양가많은
걸로다사맥이여뭔일은나도모처럼할매
노릇한번해볼라고그라지에심여사는
마지막남은은행나무가로수길로스며들었다
싹둑노끈잘리는소리가산뜻하고경쾌했다
누렁아우리가은행알한알또살렸다.
아차누렁이아니고은행이랬지.
심여사는중얼대다말고사위를둘러보았다.
떨어진노끈조각을물어가려고쪼르르달려들던
녀석이보이지않았다. 가로수길아래로길게
늘어선자신의그림자가왠지헛헛해보였다.
심여사는쭈그리고앉아잘린노끈조각을
장복이가방안에다주워담았다.
강아지와심여사의우정아니면작은강아지는
아니니까개와심여사의우정이라고해도될까요?
재밌는이야기였죠. 예전에도강아지나개를
집에서키우는것이그리낯설지는않았었습니다.
다만마당이있는집에서나그랬겠죠. 보통
마당이있는곳에서개를키우려면서울에선고급
주택가가아니면어려웠을거고그래서대부분은
너른마당이있는시골에서나가능했었습니다.
개이야기가나왔으니저도한말씀
드린다면제가아주어렸을때그러니까
초등학교도들어가지않았던그시절에저희
집에도누렁이한마리가있었거든요.
제가한 4살에서한 5살쯤이었을테니누렁이의
종이무엇이었는지는잘기억이나질않습니다.
아마도흔하게키우던잡종이아니었을까싶은데요.
눈이사람눈처럼뭔가애처롭기도
하고 장난기 있어 보이는 그런 개였는데
제가그누렁이와꽤나친했었나봅니다.
지금도얼핏기억나는게저희집
뒤쪽으로작은동산들이여러개있어서
야트막한 산 정상들이 하나의
길로연결되어있었거든요.
나무도그리빽빽하지않아서아이들이
뛰어놀기에는 아주 안성맞춤인 곳이었습니다.
그곳을동네친구들과또그
친구들의 개들까지 모두 몰려다니면서
누구네 개가 더 빠르게 나뭇가지를
물어오나하는시합도하고
큰 개들 등에 올라타기도 하면서 짓궂은
장난을치며놀기도했었습니다.
그런기억이있어서그런지저는개가
크든작든무서워하지않습니다.
오히려 쿵쿵거리며 짖으면 나한테
뭐라할말이있어서그런가싶어서
가만히눈을쳐다보며사람말을
듣듯이귀를기울이곤하죠.
재밌죠?
어머님제가전생에개여서그런
것같다고놀리기도하셨는데
가만히생각해보면정말그런것도같아요.
전생에개였어서나도모르게본능적으로
개들의말을알아듣는거아닐까싶습니다
아무튼작은강아지는강아지들을귀엽고
큰개는큰녀석대로늠름해서좋고한데
정작지금은개를키우지못하고있네요
웬 아이러니인지 아파트에 살다 보니 개
키우는게여간신경쓰이는게아니잖아요
그리고또제가귀찮은걸잘못하는성격이거든요
저희부모님은아파트여도유기견
몇마리를키우시긴했었습니다
그모습을보면서저는질에
귀찮아져서못키우는것도있긴해요
그정성그수고를생각하면
우리부모님들은대단하셨다니까요
사람아기에게쏟는정성못지않으셨으니까요
참그랬습니다
심여사가아들내외의말에화가
나서아들집에서하루도못있고
발끈해져선집으로돌아간이유가그겁니다
에미가 모처럼 집에 왔는데 몸은 어떠시냐
같은 안부를 먼저 묻기보다는 강아지병 걸린
걱정을먼저하다니뿌리날만도했죠.
그래서 발끈 집으로 돌아왔던 심 여사가
103호 강아지 할배네 누렁이를
만나고 생각이 180도 바뀌었습니다.
유독심여사를잘따르는녀석에게
자연스럽게정이붙은겁니다.
다른 사람이 만질라 하면 콩콩 짖어대는
녀석이심여사가은행나무살리기를할때면
졸졸새끼강아지마냥순하게따라나와서
도와주니 누군들 정이 안 붙겠습니까?
그렇죠? 저라도그럴듯하네요.
그렇게 되고 보니 아들이 그 쪼끄만
강아지 보니에게 쏟는 애정이 그리 미운
것만도아니게느껴졌던가봅니다.
아들에게전화해서화해를하는
심여사의목소리가많이누그러졌겠죠.
심지어 강아지 사료 사 먹이라고
돈도다보내줄마음도생겼고요.
개나고양이들은한번정이
붙으면쉽게떼기가어렵지요.
정 붙으면 나중에 동물들이 수명을 다했을
때너무힘들기때문에아예처음부터
기르지않는게상책이라고생각합니다.
저의경우에그래요. 저처럼마음약한사람은
아예 시도를 않는 게 좋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귀여운눈망울을보면음아니에요.
저는못키울것같습니다.
심 여사와 개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그린은행나무협주곡재미있으셨죠?
재미있게들어주셨다면저도기쁠것같습니다.
지금까지이진작가의단편소설
은행나무협주곡을읽어드렸습니다.
오늘도편안하고행복하게보내세요.
다음에 또 봬요.
당신이
무사하길
없어
새색
당신을 생각
밤이지내기도는
계속될 거야
잊지
마
별빛이비추는이밤
당신을 감싸 안아줄
배 없어도
당신은
혼자가
그들이 당신을
지켜줄 테니
별빛처럼
하늘
생각
얼마나 많이 보냈을까요
당신의행복을빌며
별을 세어온 날들
앞으로도계속이렇게기도할게요
당신이
변할
생
계속될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