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은 마음이 가라앉는다. 한 잔의 커피, 커피의 따스한 온기와 그 진한 향기가 좋다 [비오는 날의 산책] 송광성 #책읽어주는남자 #오디오북 #책과함께하는하루단잠

책과 함께하는 하루 단잠
93 팔로워
📚 책과 함께하는 하루 단잠 | 감성적인 이야기로 잠드는 시간 💤
하루의 끝, 조용한 밤.
당신을 깊은 이야기 속으로 이끄는 오디오북 채널, 책과 함께하는 하루 '단잠'입니다.
오늘은 장영희 작가의 에세이 "괜찮아" 를 읽어드릴께요. 😊
🛏️ 잠들기 전,
🚶♀️ 혼자만의 감성 산책 시간,
🎧 눈은 쉬고 싶지만 마음은 이야기를 원할 때—
언제든 이곳에 들러주세요.
✨회원 가입하셔서 '단잠'을 응원해 주세요. ^^
https://www.youtube.com/channel/UCWBs5r5b1MhDURiz-uTXfhA/join
타임라인
00:00:00 인트로
00:02:00 본문낭독
00:11:46 단잠의 아주 주관적인 감상평
00:13:02 클로징 음악
#오디오북소설 #오디오북 #audiobook #소설 #소설낭독 #파피루스의책읽는하루 #책과함께하는하루단잠
이제 여름도 서서히 지나가고 있습니다. 지나가는 여름에 뜨거운 태양을 아쉬워하며 얼마 남지 않은 젊음의 계절을 즐겁게 즐겨보려고
저는 가끔씩 건물 옥상에 올라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앉아 있기도 합니다. 여름이 슬슬 자신의 꼬리를 말아가는 시기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 이 뜨겁고 행복한 계절은 그 빛을 여전히 강하게 내리쬐고 있죠.
그리고 마치 여름이 지나가는 것을 아쉬워하기라도 하듯이 한 여름의 전령사인 듯한 시원한 비가 내려주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비는 저에게 참 행복한 감상을 주는 존재인데요.
그런 저와 비슷한 감상을 담은 작품이 있어서 오늘 여러분들에게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바로 손광성 작가의 비오는 날의 산책입니다. 손광성 작가는 달팽이, 하늘잠자리 등의 수필을 쓰신 분으로서
제11회 한국현대수필문학대상을 수상한 분이고 피천득 작가가 이르기를
그의 수필은 한 편 한 편이 모두 시라고 할 정도로 아름답고 고운 수필을 쓰시는 분입니다.
이 작품 비오는 날의 산책을 들으시면서 여름날 비오는 전경과 그윽하게 피어오르는 커피향을 눈을 감고
마음에 그려보시는 시간을 가져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럼 비오는 날의 산책을 함께 시작하겠습니다.
비오는 날의 산책 손광성 비가 내린다 비가 내리는 날은 마음이 가라앉는다
낮게 떠 있는 구름 명주실처럼 부드러운 빗줄기 그리고 나직한 빗소리
창가에 턱을 괴고 앉아 빗속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부풀어 있던 감정의 부풀들도
비에 젖어 차분히 가라앉는다 화창한 날에 느끼던 그런 외로움 같은 것도 없다
비는 창가에 와서 속삭이고 마음은 귀를 열어 그 속삭임을 듣는다
전에 아무도 그처럼 내밀한 이야기를 들려준 사람이 없기에 온몸을 기울여 받아들이고 싶은 것이다
이런 날은 오래전에 끊었던 담배도 예외로 해두고 싶다 그리고 한 잔의 커피
이따금 바람에 실려오는 물보라의 찬 기운 속에 느끼는 커피의 따스한 온기와 그 진한 향기
잠시 커피 잔 언저리에 어리는 우수의 그림자 희미한 그림자와 함께 빗줄기 사이로 꼬리를 끌며 사라지는
긴 담배 연기의 여운 마음이 어느 흐미진 곳에 응결되어 있던 알 수 없는 감정의 응어리들이
이제 비를 맞아 서서히 풀려나가는 것일까 아니면 이루지 못한 꿈의 잔해들일까
비는 가끔 우리를 철학자로 만든다 그러나 사변의 나선형 계담보다는
감성의 부드러운 오솔길이 우리를 이끈다 우산을 받쳐 들고 문을 나서 본다
비와 함께라면 어디든 갈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 이런 때는 인적이 드문 뒷골목보다는
바닐라 냄새가 향기로운 빵집이 있는 거리가 더 좋다 젊었을 때 이런 날은 강뚝을 따라 거닐거나
아니면 영영 돌아오지 않을 사람처럼 긴 철길을 따라 걷고 또 걸었는데
그러나 불행하게도 도심에 사는 우리들 대부분은 그런 혜택으로부터 소외된 지 오래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도 비의 감촉만은 변함이 없는 것 같다
발을 옮길 때마다 우산 속으로 들어와 얼굴을 비벼대는 이 가벼운 존재들
눈썹에 닿으면 이슬로 맺히고 입술에 닿으면 싸늘한 감촉으로 남는다
비에 젖은 입술의 싸늘한 감촉 영화 애수의 한 장면 또는 쉘브르의 우산의 포스터에 실린 사진
우산 밑에서 여인은 발도듬을 한 채 연인과 입을 맞추고 있었다
또는 젊은 날의 오랜 기억의 창고에 숨어있던 빛이 바랜 몇 장의 스냅사진
이런 때는 우산 위에 듣는 빗소리조차 정겹다
그러나 이런 달콤한 회상도 그리 오래 가지는 못한다
짓궂은 무릉덩이가 우리의 진로를 가로막기 일수다
예기치 않은 도전 앞에 걸음을 멈춘다
옆으로 돌아갈까? 아니면 뛰어넘을까?
돌아가는 지혜보다는 뛰어넘는 용기쪽을 택한다
우리의 감정은 이미 비가 상기시킨 회상 때문에 조금쯤은 들떠있는 상태니까
두 발이 허공에 머무는 짧은 순간
그 짧은 순간 가슴 저음 밑에서부터 일어나는 가벼운 흥분
타다 남은 젊은 날의 낭만이 아직 우리 몸의 어딘가 조금쯤은 남아있다는 사실이 기쁘다
아, 길가 철책 너머에서 비를 맞고 있는 풀꽃들
찬물에 샤워를 하고 나온 애들같이 싱그럽다
단발머리같이 깔끔한 개망초꽃
참 많이 아쉬운듯 피어있는 청보라색 달개비꽃
그리고 키작은 민들레꽃이 환한 모습
무심한 사람에게는 얼굴을 내밀지 않는 너무 작고
그래서 더 안쓰러운 아기별꽃과 누운 아기별꽃
어딘가의 분홍색이 은은한 매꽃도 몇송인쯤 피어있으리라
명아주 줄기 사이에 걸려있는 거미줄도 아름답다
정연하게 짜놓은 그 은실 그물에는 수많은 물방울이 방사선으로 달려있다
어느 이집트 여왕의 목걸이보다 더 정교하게 세공된 순수의 결정태들
보고 있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느다란 탄성이 일어난다
어쩌면 우리의 심금은 이런 작고 순수한 것에 부딪혔을 때 더 크게 울리는 것인지 모른다
비가 만들어 놓은 이 걸작품 앞에 잠시 쭈그리고 앉아본다
지나가던 시간도 옆에 와서 멈추어 선다
다시 일어서서 걸음을 옮길 때쯤이면 이미 풀밭은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도해에 사는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자연의 혜택이란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에 잠시 실망한다
하지만 불평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때는 잘려나간 풀밭을 아들 긴 먼 곳까지 연장시키기 위해서
언젠가 한번 가본 적이 있는 추억의 공간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풍경 한 몇폭은 기억의 미술관에 소중히 소장되어 있게 마련입니까
7월에 들른 월정사
울창한 전나무숲에는 소리없이 비가 내리고 간간이 들려오던 독경 소리도 비에 젖고 있었다
문경세제의 박달나무숲에 물버라를 자욱히 일으키던 소나기
우산도 받지 않고 그 소나기를 맞으며
제1관문에서 제3관문까지 친구들과 함께 걷던 어느 여름 한나절의 싱싱한 기억
무슨 이야기의 끝엔가 우리들은 배를 잡고 웃었다
무슨 이야기였을까
빗물에 젖고 있는 상대방의 얼굴을 보고 우리는 또 웃었다
스무 해하고도 또 다섯 해
지금 그들은 모두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7월의 지리산 노고단은 온통 안개와 구름과 가랑비 세상이었는데
극자욱한 불안개 속에는 보라색 비비추가 수줍게 피어있었고
그 옆에 신부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던 노란 각시원추리의 환한 얼굴과
비에 젖어 주홍색이 유난히 곱던 동작꽃들
본무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다시 일어나고 가는 빗방울이 얼굴을 적셨다
그리고 1년 365일 가운데 200일이나 비가 온다는 러시아의 드넓은 초원에 내리던 비
라인강 연안 구름지대의 포도밭과 밀밭에 내리던 빗줄기
7월의 초원에 내리는 비는 언제나 불빛처럼 푸른색이었다
현실보다 상상 속에서 우리는 더 풍요로울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비가 오고 있다 7월의 풀밭에 푸른 비가 내리고 있다
공원 벤치에도 무성한 잔나무 숲에도 그리고 아스팔트 위에도 달려가는 자동차 위에도
비가 내리고 있다 한 사흘 내릴듯이 아니 한 열흘 내릴듯이
오이 냄새를 풍기며 푸른 비가 내리고 있다
재밌게 들으셨나요 손광성 작가의 수필 비오는 날의 산책이었습니다
비오는 날의 산책을 읽으면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한참 어릴 때 소나기가 내리던 여름날
친구들과 거센 빗줄기를 맞으며 뒹굴면서 뭐가 신나는지 깔깔대며 웃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지금 다시 그때를 생각하며 추억삼아 그렇게 해보지 않겠냐고 친구가 묻는다면
농담하냐 하면서 손사래를 치겠지요 그래도 그땐 그것이 창피하거나 부끄럽지 않았어요
그땐 그래도 될 만큼 어렸으니까요 이젠 비가 오면 이 작품을 생각하며 한껏 추억에 잠기는 때가 많을 것 같습니다
그윽한 커피의 향이 생각나고 쉘블의 우산이 생각날 것 같습니다
오늘 저녁 커피 한 잔과 함께 예전에 보셨던 추억의 명화 한 편을 감상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감사합니다
한길 모퉁이마다 네 웃음소리 들리는 것 같아
우산 속에 숨어있던 했던 오이까지
잡을 수 없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손을 뻗어보게 돼
빗속에 더 선명해지는 너의 마지막 인사
비가 내려 너를 지워도 흐려지지 않는 기억들
젖은 머리로 돌아서던 그때 그 눈빛이 아파와
이별이란 두 글자보다 더 아픈 건 너의 부재
비 내리는 오늘도 난 너를 그리워하고 있어
시간이 약이 된다 했지만 더 깊어지는 그리움뿐
비겐 하늘 아래서도 난 여전히 네 안에 있어
비가 내려 너를 지워도 사라지지 않는 사랑아
마지막 안녕도 못한 채 떠나보낸 게 후회돼
이별이란 두 글자보다 더 아픈 건 너의 빈자리
비 내리는 오늘도 난 너를 사랑하고 있어
비가 내린다 또 너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