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래이야기 2-12 ]삼천 냥으로 쌓은 음덕 | 전래이야기, 음덕, 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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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의 이익을 버리기는 여간 힘든것이 아니죠.
이야기 속 주인공의 행동에 여러분은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요?
삼천량으로 쌓은 음덕
충청도 제천에 한 선비가 있었다.
양반 가문이라 선대에는 식솔도 꽤 거느리고 살았으나
언제부터인지 가세가 기울었다.
당대에 아들 셋을 두었으나 끼니 때우기조차 어려워
쌀똑 긁는 소리가 담장을 넘자
마을 사람들은 그를 박박선비라 불렀다.
어느 날 대청마루에 앉은 박박선비가 꼬르륵거리는 배를 타박하고 있을 때였다.
명지로 지은 옷이 분명한데 온통 때꽁물이 흐르는 복장을 한 낯선 이가
불쑥 사리대문에 밀고 들어섰다.
아니 누구신데 남의 대문을 허락도 없이 밀고 들어섰이오?
그러자 그 사람은 다짜고짜 마당 한복판에 머리를 조아리며 엎드리고 말했다.
소이는 전라도 해남에 사는 사람입니다.
선비께 간곡히 청할 일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전라도 해남?
그 먼 길에 어떤 사연이 있길래 여기까지 왔단 말이오.
거기 엎드려 있지 말고 마루로 올라오시오.
그러자 마루에 올라와 찌그러진 개다리 소반 위에 얹은 맑은 우물물
한 대접을 단숨에 들이켜고는 말했다.
제 이름은 돌쇠라 합니다.
제 할아버지가 원래 제천 사람이셨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이 댁의 하인노르스라던 제 할아버지가 장가를 들 나이가
되었을 때쯤 이 댁 어르신이 할아버지를 불러 말씀하셨답니다.
어렸을 적부터 너를 봐왔는데 남의 집 하인으로 평생을 살기엔 아까운
놈이구나.
이제 너 갈 길을 찾아 이 집을 떠나 거라.
돌쇠의 이야기에 구미가 담긴 박박 선비는 엉덩걸음으로 바싹 다가
앉으며 물었다.
그래서요?
저희 할아버지는 전라도 해남에 정착 을 하셔서 뱃일을 시작으로 가증
고생을 받아 않고 일을 하셨어요 .
생활력 강한 해남 처녀와 결혼도 하셨고요.
아들 하나를 낳으셨는데 그분이 제 아버지랍니다.
제 아버지도 할아버지처럼 강단 있고 성실해서 지금은 몇 척의 배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가세를 일으 켰지요.
아들 셋의 딸들을 두었는데 다 장성 하여 며느리 셋의 사위 둘까지
얻었지요.
두 달 뒤면 첫 손자까지 볼 예정 입니다.
돈이 없어 아직 더벅머리 총각 신세인 큰아들이 생각난 박박 선비
는 돌쇠의 말에 기분이 상했다.
그 말을 하러 이 먼 곳까지 왔단 말이요
아닙니다.
실은 제 아버지가 몇 달 전부터 병을 얻어 자리보전을 하시더니
얼마 전 저를 불러 말씀하셨습니다.
그래 무슨 말을 하시던가요
이댁 선조께서 제 할아버지께 자유 를 허락하셨지만 노비문서는 없애
지 않으셨답니다.
우리야 개의치 않고 살아왔으나 새로 태어날 손주에게는 그 노비문서
를 물려주고 싶지 않으시다고 하시면서 이댁 선비를 꼭 찾아보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노비문서 그걸 없애달라고 그냥 없애달라는 게 아닙니다.
삼천량을 드리라고 하셨습니다.
삼천량이란 말에 박박 선비는 귀가 번쩍 띄었다.
어찌하면 돼요 광안에 그런 오래된 문서가 있는 걸 본 적은 있으나
그걸 없앤다고 인정이 되겠소 제 아버지께서 두루 알아본 결과
이댁 자손 한 분이 그 문서를 들고 제가 사는 해남관청에 보고하고
없애면 된다고 합니다.
돌쇠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첫째 아들이 문을 열고 나왔다.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그러자 둘째 아들도 말했다.
아닙니다.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박박 선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뒤늦게 형들의 뒤를 따라 나온 막내 가 물었다.
소자가 다녀올까요 그게 좋겠구나 .
그리하여라 네 아버지 아직 세상 물정을 모르는
막내를 보내다니요 그건 안됩니다.
첫째와 둘째가 이구동성으로 만류 를 했지만 박박 선비는 무슨 생각
인지 어린 막내 손에 노비문서를 쥐어주고 돌쇠를 따라가게 했다.
막내는 해남관청에 자초지종을 고하고 관청마당에서 노비문서를
찢어버린 후 돌쇠에게 삼천량을 받았다.
막내가 삼천량이든 보쯤을 지지 못해 끙끙거리는 모습을 보고 돌쇠
는 집에서 제일 실한 황소를 내어줬다.
먼 길을 혼자 보내려하니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이 소와 함께 무사히 집에 당도 하길 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만 가보겠습니다.
이려 이려 달랑거리는 원앙 소리에 발 맞춰 막내는 힘든 줄도 모르고
길을 걸었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몰아치고 해는 서산으로 기울쯤 금강이 펼쳐졌다.
금강다리 근처에 주막이 있다던데 거기서 하루 묵고 가야겠다.
주막을 찾아 발이 푹푹 빠지는 고운 음모래 강변을 걷는데 어디선가
서로 다투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네가 늙은 애미를 두고 이래서야 되겠느냐 돈 때문에 목숨을 버리
찾아보면 무슨 방도가 있지 않겠습니까 제발 이러지 마셔요.
심상치 않은 소리를 따라 막내는 자신도 모르게 걸음을 옮겼다.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 강물이 소를 이룬 곳에 이르니 옷자락을 움켜
쥐고 있는 두 여인의 소나기를 풀어내려고 애를 쓰며 한 남자가
처연하게 울부짖고 있었다.
어머니 이런다고 제가 살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이러나 저러나 어차피 죽은 목숨 인데 저작거리에 조록을 받으며
죽고 싶진 않습니다.
저를 놓아주십시오 부인에게는 미안하게 할 약 없어 살아보려고
열심히 노력했건만 이 지경밖에 안된 건 내 복이 이것밖에 없는가
보오 용서하시오 막내는 모래밭을 달리며 소리쳤다.
이보시오 내 말 좀 들어보시오 낯선 이의 고함 소리에 놀란 세 사람은
순간 당황해 행동을 멈췄다.
대체 무슨 일이길래 목숨을 버리 려한단 말이오 헐떡임에 달려가
꼬짓뜰 호통치는 막내의 말에 아들이 먼저 주저앉았다.
아들의 옷깃을 완강하게 틀어지고 있던 두 여자도 서럽게 울며 주저앉았다.
아이고 니신지 우리 아들 좀 살려 주시오 살려주기만 하면 그 은혜
는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소리도 없이 굵은 눈물만 똑똑 흘리고 있는 아들을 보며 막내가
물었다.
무슨 사연인지 말해보시오 무슨 일이길래 목숨을 버리려 한단 말이오
막내의 독촉에 아들은 모든 걸 체념한단 말했다.
저의 집이 하도 공공하여 장사를 하면 형편이 나아지려나 하고 가명
에서 삼천냥을 빌려 도붓장사를 시작했지요.
그런데 아무리 노력해도 하는 일마다 다 실패를 하지 뭡니까 가명에서
빌린 삼천냥을 제때에 갚지 못하면 형장에서 사지가 끊어지는 형벌
그렇게 죽을 바에야 차라리 물에 빠져 죽는 게 낫지 않습니까.
제 어머니는 그것도 모르고 아들 목숨 살리겠다고 제 옷깃을 저리
붙들고 울고 있으니.
아들은 그제야 통곡하며 울고 아들의 말을 들은 어머니와 부인은 더 구슬
피 울었다.
난감한 상황을 맞이한 막내는 울고 있는 아들 옆에 털썩 주저앉아
생각했다.
삼천냥이면 이 사람의 목숨을 살릴 수 있는데 그러면 집에 가서 형님들
앞에서 뭐라고 말해야 한단 말인가 막내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한숨을 내쉴 때 언젠가 박박선비 가 한 말이 떠올랐다.
돈이라는 건 다 지 쓰임새가 있는 것이니라 내가 가지고 있다고 해서
내 것이 아닌 것이다.
그 말이 떠오른 순간 막내는 울고 있는 아들의 손을 잡고 말했다.
돈 삼천냥이 많다고 할 게 뭐 있 겠습니까 대장부는 목숨을 가볍게
여기선 안 되지요 죽지 마십시오 제가 삼천냥을 가지고 있는데 그
돈이면 목숨을 구할 수 있을 것이오 어서 감영에서 빌린 돈을 갚으시
요.
황소의 등에서 삼천냥이 든 보쯤 을 그대로 내려놓고 막내는 소를
끌고 사라졌다.
어디에 사는 뇌신지요 존함이라도 알려주고 가십시오 아들의 간절한
부름에도 막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렸다.
잘 다녀왔느냐 예 아버지 그러자 형들이 말했다 삼천냥은 어디가고
황소 한 마리만 덩그러니 있느냐 오는 길에 사람을 한 명 살렸습니다.
어떻게 사람을 살렸단 말이냐 거짓말 마라.
거짓말이 아닙니다 막내는 그간 있었던 일을 말했다 경망한 짓을
하였구나 아버지께서 우리가 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을 때 이번
일이 허사가 되리란 것을 진즉 알고 있었다.
가만히 듣고 있던 박박선비가 말했다 이것이 내가 너희들을 보내지 않고
이 아이를 보낸 이유이다.
그것이 무슨 말씀이십니까 만약 너희들이 갔다면 필시 돈을 더
달라고 했을 것이다.
저들이 자기 역량을 가늠해서 정한 것인데 삼천냥을 넘게 달라 해서
얻었다면 그 돈이 기쁘지 않았을 테다.
기쁘지 않으면 해로운 일이 뒤따르 기도 하니 예기치 못한 재앙이 없을
수 있겠느냐 하오나 그 삼천냥을 남에게 줘버리다니요 그 돈은 우리
집안에 일으킬 수 있는 돈이 아닙니까 정념한 장사꾼이 이익을 곱절로
남기고 점잖은 대인은 돈에 욕심을 부리지 않는 법이다.
삼천냥을 얻었으니 이익의 곱절 이라고 할만하고 삼천냥을 남에게
주었으니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고 할만하다.
사람의 목숨은 지극히 중요하니 돈 삼천냥으로 바꿀 것이 아니다.
음덕을 쌓은 자는 반드시 보답을 받는 법이다.
너희 형제들은 장차 이 아이 덕 을 보게 될 것이니라.
박박선비의 말에 첫째와 둘째는 머리를 조아려 절을 하며 말했다.
아버지 말씀을 명심하겠습니다.
이후 세 아들은 황소와 함께 일을 하며 가난한 중에도 사이좋게 지냈다.
세월이 흘러 박박선비가 세상을 떠났다.
세 아들은 의논 끝에 아버지의 좋은 묫자리를 찾기 위해 각자 길을
떠났다.
막내가 명당을 찾아서 심리를 걸어 가다 보니 산자락이 펼쳐지는 곳에
큰 저택과 사당이 나타났다.
막내가 살펴보니 그 집 뒤에 사는 봉황새가 날개를 편 산새에 그 집은
봉황이 알을 품는 알자리 형국이라 명당 중에 최고 명당이라 할만하였다.
대체 이 집주인이 누길래 이리 좋은 터에 자리를 잡았단 말인가.
이때 남의 집 담장을 기웃거리는 막내를 발견한 이 집 하인이 그를
수상히 여겨 집주인에게 끌고 갔다.
상복을 입은 걸 보니 아직 상중인 것 같은데 남의 집 담장은 왜 기
웃거리는 게요.
막내가 어찌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할 때였다.
안체에서 부인이 버선빨로 나오더니 남편에게 말했다.
저 사람을 기억하지 못하겠습니까 비록 상복을 입었지만
금강용수 앞에서 우리를 구해준 분이 틀림없습니다.
뭐라고요 언젠가 은혜를 갚을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하며 그때 그 모습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그제야 집주인도 막내를 알아보고 반갑게 말했다.
금강용수 앞에서 삼천냥으로 저를 살려주신 분을 이제야 알아보니
이 죄를 어찌하겠습니까 제 어머니 께서도 항상 그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어서 방으로 드시지요.
두 사람은 주안쌍을 두고 마주 앉아 술잔을 비우며 진한 얘기를
나눴다.
이야기 끝에 막내가 물었다.
어떻게 이런 부를 이루셨습니까 이게 다 선비님 덕분이지요.
선비께서 주신 삼천냥을 가명에 바치니 관찰사가 깜짝 놀라 어떻게
장만했냐고 묻더군요.
제가 사실대로 아뢰었더니 관찰사가 감탄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참으로 의로운 사람이 있구나.
일개 선비도 그러하거늘 관찰사야 말해 무엇하겠느냐.
나도 인자하고 의롭게 조치하겠다.
여봐라.
예.
가져온 삼천냥 중 절반은 가명에 바치고 나머지 절반은 내가 가져
가거라.
그 돈으로 다시 도부장사를 하였 는데 어쩐 일인지 일마다 성공하여
수십만냥을 모았지요.
어느 날 어머니가 부르시더니 네가 번 돈의 반은 그때 우리를 구해준
선비의 몫이라 꼭 기억해야만 한다 라고 하셨지요.
집주인은 막내에게 보여줄게 있다며 대문을 나섰다.
어머님의 말씀을 듣고 집을 지을 때 똑같은 집을 하나 더 지었지요.
어머니께서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새벽마다 정화수를 떠다 놓고 이름도
모르고 사는 곳도 모르는 선비님 을 찾아 은혜를 갚게 해달라고
비셨답니다.
막내가 발도둠하며 들여다보던 담장 건너편에 또 다른 담장이 있었다.
그리고 담장 안에는 주인의 집과 똑같은 크기의 집과 사당이 있었다.
하늘이 선비님의 음덕에 보답하라고 저를 이곳을 지키며 기다리게 했나
봅니다.
제가 따로 마련해둔 이 집에 선비님의 식구들과 형제분들 모두 옮겨와
지내십시오.
저 낮은 둔덕은 보기 드문 명당 더 이니 돌아가신 아버지를 모시면
됩니다.
다같이 모여 대대로 함께 사이좋게 살아간다면 이 또한 좋지 않겠습니까
막내 아들이 손사래를 치며 사양 하자 주인이 말했다.
사양하지 마십시오.
선비님의 제물로 마련한 집입니다.
막내 아들이 마침내 그 말에 따라 삼형제와 함께 이사를 왔다.
꽃상여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모셔 와 명당터에 자리한 것은 물론이다.
집주인과 막내 아들은 서로 이웃 하며 살면서 자손이 번성하고 더
부자가 되었다.
두 집안은 대대로 나이에 따라 서로 형제가 되어 사이좋게 지냈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