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며듣는소설 고된 삶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금옥씨의 행복의 비결! | #책읽어주는남자 #책과함께하는하루단잠

책과 함께하는 하루 단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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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며듣는이야기 #잠자리소설
하루의 끝, 조용한 밤.
당신을 깊은 이야기 속으로 이끄는 오디오북 채널, 책과 함께하는 하루 '단잠'입니다.
🛏️ 잠들기 전,
🚶♀️ 혼자만의 감성 산책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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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 이곳에 들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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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라인
00:00:00 인트로
00:00:33 본문낭독
00:31:21 단잠의 아주 주관적인 감상평
00:34:16 클로징 음악 "달빛이 내 어깨를 두드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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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요약
AI 생성이근미 작가의 단편 소설 '우리 동네 금옥씨'는 도심 속 피트니스 클럽을 배경으로, 시간 강사인 주인공과 넉살 좋은 관리사 금옥, 그리고 탐욕스러운 센터 사장 사이의 관계를 경쾌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겉모습과 직함보다 중요한 인간적인 유대와 삶의 태도를 다루며, 갑작스러운 센터 폐업 소동을 통해 현대 사회의 단면을 풍자합니다.
오늘은 이근미 작가의 단편소설 우리 동네 금옥시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경쾌하고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끝까지 들어주시길 부탁드리고요.
그럼 바로 작품 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감상하시면서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우리 동네 금옥시 이근미
내 오피스텔에서 500미터 떨어진 피트니스 클럽이 500리는 되는 듯하다.
며칠에 한 번, 심지어 한 달에 한 번 들릴 정도이니. 비즈니스 건물에 둘러싸인 도심 한가운데 주상복합 아파트는
희소가치 때문인지 분양가 보다 배나 올랐다. 비싼 동네임에도 지하상가 피트니스 클럽의 연회비가 저렴하여 제법 붐빈다.
아파트 주민뿐만 아니라 언덕 위 연립주택과 길건너 시장 쪽 사람들, 비즈니스 빌딩으로 출근하는 이들,
오피스텔을 주거겸용으로 사용하는 나같은 이들도 많이 찾기 때문이다. 인근 클럽보다 30% 정도 싸지만,
입구 인테리어만큼은 아파트 주민들도 기죽을 만큼 화려하다. 내부로 들어가는 순간 껍질이 일어난 싸구려 목재 바닥을 보고
곧 실망하게 되지만. 회원님은 오늘도 수건만?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시도 때도 없이 가슴 근육을 움찔거리는 김 트레이너가 씌익 웃었다. 그는 기억할지 모르지만 3년 전 등록하던 날
나에게 운동기구 사용법과 운동법을 가르쳐 주었다. 무엇이든 첫 경험은 강렬하니까.
그래서 그는 내게 조금 남다르다. 오늘은 수건이 필요 없는 날입니다. 운동하셔야 해요.
엄연희라는 엄연한 이름 대신 여기서 내 별명은 수건만이다. 가끔 그것도 늦은 시간에 들러 반신욕만 할 때가 많다 보니
민망함을 덮을 심산으로 한음절씩 끊어 수건만이라고 말하자 트레이너가 다시 씌익씌익 웃었다.
오랜만에 오셨으니 이달 초부터 목욕탕 시설 보수하고 있잖아요? 뒤에 보세요.
내일 라면이랑 김밥 같은 거 파는 스낵 코너도 오픈해요. 프론트 건너편 소파가 있던 자리에 탁자가 줄줄이 놓여 있다.
어떻게 운동하실래요? 땀 흘리고 다들 그냥 가세요. 보름 이상 결석할 때는 일시정지 신청을 하면 되지만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오자는 생각에 어영부영하다가 한 달 내리 결석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주변 다른 클럽과 달리 온탕 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그나마 억울한 마음을 달래준다.
클럽 주인은 자투리 공간조차 활용하려고 애쓰는 마당에 연애비 내고 결석을 펑펑 해대는 내가 한심해 각오를 새롭게 다졌다.
운동복 주세요. 수건도 한 장 주시고. 어차피 땀을 닦아야 하니까.
10장이라도 드리죠. 그동안 못 쓰신 것도 많은데. 운동복을 봤는데 볼이 터질 듯한 주인 여자가 들어오면서 반색을 했다.
뱅헤어에 짧은 단발머리라니. 40대 후반인 자신이 아직도 귀엽다고 굳게 믿는 듯하다.
투피스에 하이헬 차림으로 가끔 플로어를 오가더니 요즘 부쩍 자주 출몰한다.
도도 피트니스 센터를 5호점까지 내고 요즘 6호점 개설 준비로 바쁘다던가.
온탕에서 아줌마들이 피트니스 클럽 6개면 회장님이지. 하나라도 제대로 할 것이지. 시설이 엉망이야.
회원들이 점점 떨어지는데 관리나 잘하지. 라고 떠들던 얘기를 주워 들었다.
혼자 튀는 데다 회원들 앞에서도 클럽 직원들을 날카롭게 질책한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 송곤여사다.
열심히 하세요. 회원님. 뜬금없이 경력까지 하는 송곤여사의 말로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할 듯하다.
볼살만큼이나 아랫배도 탱탱한 피트니스 클럽 사장이 체지방 측정기 옆에 서 있으니 코미디가 따로 없다.
바로 직원들을 닭발했다. 회원 가입 많이 받았어?
두세 달 남은 회원들한테도 디스카운트 해준다고 해서 미리 받으란 말이야. 직원들이 웅얼웅얼 답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고 보니 나도 두 달 정도 남았다. 세 번 가입해서 몇 달 못 채운 내가 또 등록을 하는 건 저 여자를 기쁘게 하는 일이다.
기쁨을 줄 때도 신중해야 한다는 걸 그 순간 깨달았다. 따지고 보면 이 클럽의 모든 게 거슬린다.
출입문 밖에 5평 정도를 확보하여 하늘이 보이는 마당을 조성하고 밖에서 바로 오르내리는 계단을 만들어 놨어도 어쩔 수 없이 지하 공간인 이곳.
원래 슈퍼마켓 자리였다는데 분양이 안 되어 계속 비어 있자 송곤 여사가 싸게 얻어 피트니스 클럽으로 급조했다고 한다.
이 클럽의 최대 약점은 내부에 화장실이 없다는 것이다. 마당을 가로질러 이어지는 지하상가로 들어가서 복도 끝의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땀 흘리고 운동하다가 난데없이 시베리아 체험을 해야 하니 피트니스 클럽인지 극기 체험장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평소 구찌나 샤넬 로고가 새겨진 슬리퍼들이 둥글던 탈의실 현관에 진분홍 플라스틱 슬리퍼만 달랑 놓여 있었다.
행여 잃어버릴까 봐서인지 시커먼 매직으로 왼쪽에 금이 오른쪽에 옥이라고 써넣기까지 했다.
사우나실 보수공사 때문인지 평소 붐비던 탈의실에 아무도 없었다. 운동복을 갈아입는데 입술이 툭 튀어나온 데다 볼살이 하나도 없는 여자가
탕비실에서 나왔다. 새로운 청소원인 모양이다. 마른 얼굴에 주름을 잔뜩 잡으며 여자가 한 박 웃음을 웃었다.
어머! 교수님 운동하러 오셨어요? 교수? 뒤를 돌아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내일이면 목욕탕 보수가 끝난대요. 다들 쉬고 계시다는데 교수님은 오늘 운동하시게요?
비록 시간 강사이긴 하지만 내가 강단에 서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누구...
아, 네. 금옥이에요. 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할 거예요. 짐도 미리 갖다 놓고 분위기도 보려고 왔어요.
진분홍 슬리퍼와 딱 맞는 이미지다. 그간 청소원들은 나이가 지긋했는데 나와 비슷한 연배 같다.
마흔을 코앞에 두고 있는. 근데 왜 교수라고 불러요? 가르치는 분 같은데요. 맞죠?
나는 언급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3년째 강의를 나가는 대학의 학생들은 강사를 교수와 구분하기 위해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이번 학기 학점을 제대로 받기 위한 딱 그만큼의 호의를 표하며
학교에서도 얻어 걸리기 힘든 호칭을 목욕탕에서 누리고 있자니 웃음이 났다.
결혼 안 하셨죠? 미스 냄새가 딱 나네요. 신통력이 있으시네요. 라는 말이 튀어나올 뻔했다.
그간 드나들면서 터득한 이 동네 사람들의 특징은 맞장구치지 않고 먼저 묻지 않는다는 것이다.
알고 싶은 마음을 알리기 싫은 마음으로 누르며 금옥은 내가 대꾸하지 않는데도 튀어나온 치아 위로 입술을 밀어 올려 히히 웃었다.
마침 두 사람이 탈의실로 들어왔고 금옥은 곧바로 사장님들 어서 오세요 라고 인사했다.
다양한 호칭을 구사하며 넘치는 호의를 베푸는 금옥과 불편한 친절을 구사하기 시작한 송곤여사.
재등록을 망설이게 만든다. 다들 일시정지 신청을 했는지 쉴 수 없이 돌아가던 러닝머신이 반은 비어있다.
케이블 방송을 보며 뛰는데 교수님이라는 호칭이 귀에 맴돌았다.
나를 떼어놓고 멀리 가버린 무정한 호칭. 일주일에 이틀은 학교, 하루는 문화예술 포럼, 하루는 자문위원실,
하루는 편집위원실에 들르는데 학교 외에 다른 곳은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만 보수를 받는다.
이것저것 직함은 많지만 딱히 내세울 만한 건 없는 셈이다.
교수 임명이 힘들어진 이후 부르는 데마다 달려가다 보니 정체불명의 인간이 되었다.
모호한 정체성을 붙잡아서 따지기라도 할 듯 점점 더 빨리 달렸다.
다시 피트니스 클럽을 찾은 건 2주일 후였다.
회원님, 재가입 안 하시나요? 할인기간 지난 뒤 괜히 비싼 돈 내지 마시고.
송곤여사는 도도함을 여전히 유지한 채 애매하게 웃었다. 여자의 터질 듯한 양볼이 실로겼다.
아무데나 불퉁대던 김트레이너의 가슴이 잠잠한 것과 정반대로.
보너스 기간을 좀 주셔도 될 것 같은데. 제가 워낙 결석을 많이 해서요.
송곤여사가 볼을 파르르 떨자 김트레이너가 끼어들었다.
일시정지를 활용하시지. 기간 연장은 어렵지만 재등록하시면 DC는 확실히 해드릴게요.
기대의 눈빛을 보내는 송곤여사에게 기붐을 헌납할 마음은 여전히 생기지 않는다.
목욕탕 수리를 다 했는지 탈의실이 붐볐다. 온탕이 콩나물 시루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도도 피트니스 클럽의 전체 면적은 웬만한 클럽 못지 않지만 탈의실이나 목욕탕은 형편없이 좁다.
수납장이 부족해 바구니에 옷을 담아 놓은 적도 있다. 다행히 빈 수납장이 보였다.
목욕탕 입구에 금이 오기 마사지 서비스라고 쓴 진홍색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아로마 전신 서비스 7만원부터 시작하여 기본 때밀이 2만원까지 빼곡히 적힌 피트니스 클럽의 새 신사를 배치한 송곤여사의 아이디어가 놀라웠다.
입구에 냄새 풍기는 라면 집까지 유치한 마당이니 우원. 목욕탕은 뿌연 수증기로 앞이 잘 안 보였다.
샤워 꼭지마다 사람들이 서있고 원탕은 예측대로 콩나물 시루였다.
슬쩍 넘겨다보니 황토방도 만원이다. 어머 사장님 어서오세요.
금옥이 가리개 위로 얼굴을 내밀고 희죽 웃었다. 내가 시간강사라는 걸 눈치챈건가? 사장님이라니
그건 전혀 연관성이 없는데. 아 교수님이구나. 처녀 교수님. 오랜만에 오셨네요. 기다렸는데.
원탕의 콩나물들이 일제히 나를 바라봤다. 모두가 벌거벗은 공간에서 처녀와 교수라는 단어가 결합하니 느낌이 묘하다.
그날 확실히 저지하지 않은 게 불찰이다. 교수님 이거 좀 들어주세요. 안 그래도 좁은데 가리개 때문에 답답해요.
옆으로 치우는 게 좋겠어요. 그녀는 한쪽을 잡고 눈짓으로 나에게 힘 좀 쓰라는 표정이다.
언급결에 가림막을 옮기는 일에 동원되었다. 콩나물들이 노골적으로 나를 감상할 걸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렸다.
베드에 얼굴 가득 오일을 붙인 여자가 누워있었다. 고마워요 교수님. 자 여러 선생님들 제가 위문공연 해드릴까요?
새신사에게 위로를 받다니. 부자 동네 사모님들 체면 구기는 느린 듯한데 제지하는 사람이 없었다.
다만 원탕에 있던 여자 둘이 밖으로 나왔다. 나는 재빨리 샤워기를 끄고 원탕으로 들어갔다.
물이 미지근했다. 온수를 틀고 물속의 턱에 걸터왔는데 물이 배꼽 훨씬 아래 닿았다.
어 이거 왜 이러지? 그때 금옥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낯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
뚜리뚜바 뚜리뚜바 안녕 안녕 내 사랑아. 겨우 중요 부위만 가린 진홍색 팬티 차림의 금옥이 가슴을 꿀렁이며 노래하는 모습이
기이하고도 안쓰러운 가운데 부자 동네 사모님들의 표정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머리가 하얗게 샌 화이트 할머니만 박수를 치며 호응했다. 2차 공연은 조금 있다가 또 신청곡 봤습니다.
도도한 사모님들의 냉담만 반응해도 그녀는 전혀 기죽지 않았다. 물속 턱에 걸터 앉으면 배꼽 위까지 물이 찼는데 확 낮아졌다.
그러고 보니 탕도 좁아진 느낌이다. 물이 많이 든다고 턱을 높이고 사방에 한 뼘씩 벽돌을 덧붙였다네.
화이트 할머니 말에 옆의 할머니가 부연 설명을 했다.
그렇다고 바닥에 앉으면 가슴 위까지 물이 올라오니 이래저래 반신욕은 틀렸어. 턱에 앉아서 몸을 비스듬히 누이거나 바닥에 바가지를 놓고 앉거나 그래야 한다니까.
보수공사 한 데서 기대를 했는데 물 적게 들 국미에다 때밀이 들이고 라면집 차리고 돈독이 올랐어.
황토방에 드러난 시멘트는 그대로 두고 말이야. 할머니는 회비가 좀 싸다고 아주 날림이야 라며 혀를 찼다.
가슴 아래까지 담그고 있으면 10분 정도 지나서부터 땀이 나기 시작해 15분쯤부터 비오더 쏟아지고 20분이 되면 몸이 가뿐해진다.
그것 때문에 결석해도 연회비가 아깝지 않았는데 귀격이 다 깨진 온탕에서는 5분도 견딜 수 없다.
등록을 하지 않을 이유가 확고해졌다. 대충 씻고 나와 옷을 입는데 금옥이 말을 걸었다.
교수님 왜 그동안 안 오셨어요? 기다렸는데. 그렇게 부르지 마세요. 아까는 사장님이라더니 금옥이 씨익 웃었다.
다른 분인 줄 알고 참 교수님 마사지 쿠폰 구입하실래요? 때미는 분이 생각만큼 많지 않아서 마사지 쿠폰을 발행하려고요.
10장에 20만원인데 오일하고 오이 들어가고 마사지 확실히 해드릴 거니까요.
반신욕을 하기 힘들어진 마당이라 솔깃했다. 내가 망설이는 것처럼 보였는지 금옥이 재빨리 덧붙였다.
10회 쿠폰 끊으면 11장 드려요. 마사지 받으면 살도 빠져요. 대신 매일 받아야 효과가 좋아요.
구입하겠다고 하자 금옥은 진분홍색 쿠폰 묶음을 내밀었다. 돈을 내고 받으려 했지만 막무가내로 안겼다.
뭐든 진분홍색이네요. 금옥은 또 씨익 웃더니 말했다. 촌스럽지만 눈에 팍 띄잖아요.
좀 유치해 보이지만 섹시하잖아요. 금옥은 현관까지 따라 나와 진분홍 슬리퍼를 가지런히 맞추더니 나를 보고 점을 찍듯 말했다.
여자는 핑크죠. 회색이 짙어가는 나를 향해 경고하듯 마사지 쿠폰을 구입한 지 일주일 만에 클럽을 찾았다.
몇몇이 온탕에 오종종 앉아 있었다. 어떻게든 반신욕을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표정들이다.
땀 빼러 왔다가 담 결릴 판이다. 싼 맛에 다니는 거지 뭐. 결석해도 부담 없고.
나도 해외여행 자주 가고 골프 치러 제주도 가고 그러니까 지난달에 열흘도 못 왔잖아.
그런 대화를 나누던 부자 동네 사모님들 치고는 자못 결사적이다. 온탕에 들어서자 화이트 할머니가 내게 눈인사를 건넸다.
금옥 씨, 마사지 손님 많아지니까 공연도 안 해주네. 금옥이 오이만 붙이고요. 라고 소리치더니 온탕 쪽으로 왔다.
신청곡 봤습니다. 그냥 나성의 가면으로 해줘. LA 딸 집에 갔던 생각이 난단 말이야.
할머니 말에 금옥이 희죽 웃더니 밖에 나가서 밀대를 갖고 들어왔다. 마이크처럼 부여잡고 몸을 살살 흔들기 시작했다.
나성의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 할머니가 뚜비뚜바 뚜비뚜바라며 따라했고 결사적인 사모님들은 입꼬리만 살짝 올렸다.
노래를 마친 금옥이 교수님이라고 부를까봐 조마조마했다. 금옥은 노래를 끝내더니 나를 지목했다.
선생님, 푹 불리세요. 10분이면 끝나요. 때까지 밀면 2장입니다. 어쩐지 싸다 했더니 2장씩 받을 작전을 짜놓았다.
치밀하게 돌아가는 세상이다. 때 밀고 마사지 하는데 걸린 시간은 1시간 30분 남짓이었다.
쇠수세미 같은 이태리 타울로 힘껏 밀어 젖히는 그녀에게 몇 차례 항변했지만 소용없었다.
이어지는 마사지 역시 있는 힘껏 눌러 다음날 몇 군데 피멍 자국을 발견했을 정도이다.
마지막에 오일 범벅이 된 베드에서 낙상할 뻔한 나에게 금옥은 희죽 웃으며 말했다.
시원하시죠? 다들 저한테 밀면 10년 묵은 때가 다 벗겨지는 것 같다고들 하시니까요.
온몸이 불에 댄듯 화팟했지만 확신에 찬 표정에 눌려 고개를 끄덕였다.
티켓을 2장 떼어주고 또 며칠 동안 클럽에 가지 못했다.
중간에 갈 기회가 한 번 있었지만 피멍에다 얼얼함이 가시지 않았다는 핑계로 게으름을 피웠다.
치밀한 세상에서 나만 허술하게 산다는 자책을 하며 그날따라 송곤 여사와 길에서 두 번이나 마주쳤다.
밖에서 보니 볼살보다 뱃살이 훨씬 튼실한 상태였다.
편집회의 때문에 지하철로 종종 걸음을 하는데 송곤 여사가 가로막았다.
여전히 도도함이 남아있는 얼굴로
요즘 자주 안 보이시던데 재등록하세요.
그간 결석한 거 감안해서 특별 가격에 해드릴 테니까 오늘 꼭 등록하세요.
돌아오는 길에 또 마주친 그녀는 앵무새처럼 낮에 했던 말을 되풀이했지만
더 이상 얼굴에서 도도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곧 원래 가격으로 돌아가요 라고 할 때 잠깐 도도함이 살아나긴 했지만
그날 저녁 갑자기 생긴 약속 때문에 클럽에 못 가고 말았다.
도도함이 완전히 가신 세 번째 요청을 들었더라면 넘어갔을지도 모르는데
이틀이 지나서야 클럽에 들어서는데 송곤 여사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김 트레이너가 묻지도 않고 수건만 내밀더니
라고 했다.
뭔가 할 말이 있다는 표정으로 결석이라는 단어 때문에 반박을 못하고 수건만 받았다.
그간 말하지 못한 건 뭘까 잠깐 궁금해하며
시원하게 해드릴게요 라며 베드에 눕기 전부터 수다를 떨던 그 목이 오늘따라 말이 없다.
가열차게 떼를 벗기던 것과 달리 힘없이 슬슬 밀기만 했다.
쇠수세미 같던 이태리 타월도 미끄덩거릴 정도로 둔해졌다.
마사지할 때도 대충 만지고 지나갔다.
너무 맹탕이어서 항이라도 할까 하는데 얼굴에 코낌이 슉슉 끼치더니 입까지 벌리고 숨을 쏟아냈다.
역한 냄새에 고개를 돌리다가 본 그녀의 얼굴은 과도한 짐 때문에 주저앉은 여름날 나귀꼴이었다.
입가에 침까지 부글거렸다.
힘들면 그만해요.
그 목은 허리를 구부정하게 들더니 숨을 몰아쉬었다.
아침부터 12분이나 했더니 힘이 좀 딸리네요 교수님.
내 호의 때문인지 호칭이 다시 교수님으로 돌아왔다.
대충 몸을 씻고 나오자 그 목이 따라왔다.
때미는 사람이 많을 거라더니 며칠 동안 파리만 날렸어요.
아줌마들 노리고 목욕탕 만들어서 회원 유치에 성공했다고 자랑이더니
사장님이 미안한지 마사지 쿠폰 아이디어를 냈어요.
가격이 싸서인지 너무 많이 신청하셔서 피로가 누적되었어요.
근데 사장님이 마사지 손님 늘었다고 다음 달부터 월세를 더 내라네요.
그새 볼이 더 패인 그 목의 말에 입꼬리만 살짝 올렸다.
비싼 동네 사모님들처럼.
에휴 그 목이가 볼이 쏙 들어갔어.
마사지할 때 너무 힘주지 말라니까 화이트 할머니가 목욕탕에서 나오며
쯧쯧 혀를 찼다.
오늘 제가 위문 공연 못해드려 죄송해요.
그만둬.
내가 그 목이 위문 공연을 해줘야 할 판이야.
뚜비뚜바 뚜비뚜바.
화이트 할머니의 너스레 그녀의 얼굴이 좀 펴졌다.
도도 피트니스 클럽 마감 기간 안에 마사지 쿠폰을 다 쓸 수 있을지 걱정이다.
연말이 되면서 회비 내고 참석하는 송년회가 연일 열리고 있다.
실속은 없지만 내년에도 여기저기 발을 걸치려면 눈도장을 찍어야 한다.
삶은 그렇게 오리모중이 되어가는 거니까.
겨우 시간을 내서 클럽에 들어서는데 송곤 여사가 나를 클깃 보기만 했다.
등록 안 할 인물로 분류한 듯하다.
요청을 들어주지 못하는 판에 건의까지 할 수 없어 참았던 말을 풀어놓았다.
목욕탕 보수 공사를 했다더니 원탕이 형편없어졌어요.
반신욕하기 너무 불편해요.
치수를 재면서 공사를 해야 하는데 막했나봐요.
크흥 콧소리를 내며 송곤 여사가 팔짱을 꼈다.
다소 비굴했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여기는 피트니스 클럽이지 목욕탕이 아니라고.
원탕은 동네 아줌마들 생각해서 내가 선심 쓴 거라고요.
다른 데보다 싼 회비가 아까워 벌벌 떨 정도면 수건만 받아가지 말고 운동을 하라고 운동을.
목욕으로 정점을 찍으려는 듯 한심한 아줌마야 라고 덧붙였지만 오히려 속이 시원했다.
송곤 여사답게 아주 조금 남아있던 재등록의 미련을 콕 찔러서 다 빼주었으니
원탕물을 계속 틀어놓고 반신욕하는 걸로 복수할 생각이었는데 실속 없는 약속들이 이어지면서 연회비 만료일이 딱 하루밖에 안 남았다.
아로마 서비스부터 시작하여 온갖 서비스를 다 받는 걸로 나머지 쿠폰을 감회하겠다는 계산을 하며 클럽으로 향했다.
송곤 여사와 마주치면 이 동네 사모님들 수준의 도도함으로 눌러버리리라.
그런 유치한 각오를 다지며 아주 조금 아쉽긴 했지만 재등록을 할 마음은 여전히 들지 않았다.
원탕을 원상복귀한다면 모를까. 계단을 내려가는데 클럽 입구가 껌껌했다.
가까이 가보니 흰 종이가 펄럭였다. 기간이 남은 회원님은 가까운 체인점으로 연락바람이라는 글귀 아래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그 옆에 전기요금 체납 공간이니 함부로 개방하지 말라는 경고문도 붙어 있었다.
전화를 걸자 남은 기간 동안 그쪽 클럽에 와서 운동하라고 말했다.
그제야 송곤 여사가 길을 쓰고 재등록시키려던 의도를 알게 되었다.
한 사람이라도 더 가입시키고 철수할 심산이었던 셈이다. 욕심이 과해 보이긴 했지만 사기까지 칠 줄은 몰랐던지라 좀 허탈했다.
계단을 올라오는데 누가 반색을 했다. 화이트 할머니였다.
맨날 결석하더니 오늘 왔나 보네. 그래 몇 달 남았어? 나는 두 달 전에 재등록했잖아.
주인 여자가 하도 보채서. 요즘 사람이 많이 줄었다 했더니 다른 데도 잘 안 돼서 두 군데나 문 닫았대.
이제 회장님도 아니지 뭐. 그러면서도 그렇게 화난 표정이 아니었다.
저는 오늘이 마지막이에요. 결석은 많이 했지만 손해본 건 아니니까요.
다행이구려. 몇 달 남은 사람 새로 등록한 사람들이 꽤 되나 봐.
누가 주인 여자 번호를 알아내서 전화했더니 대책을 마련해 줬으면 고마운 줄 알라며 오히려 큰 소리더래.
이 동네 사람들 뭐 그거 갖고 따지겠어? 두세 달 남은 사람들은 안 다니겠다고 하고
나처럼 오래 남은 사람들은 애들한테 주고 그러면 되지 뭐.
여기서 20분 떨어진 곳은 샤워시설밖에 없대. 온탕이 없다니까 갈 마음도 없어.
화이트 할머니는 좀 아쉬워하더니 금방 이 동네 사람답게 도도한 표정을 지었다.
어차피 등록하지 않을 생각이었으니까 저녁마다 산책하고 일주일에 한두 번 목욕탕에 가서 반신욕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순간 내가 재등록을 미룬 진짜 이유가 나를 긁어대기 시작했다.
곧 오피스텔 재계약을 해야 하는데 더 이상 비싼 월세를 낼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함께 일을 도모했던 이들은 떠나고 모호함을 가중시키는 타이틀만 남은 마당이니
마흔이 코앞인 만큼 결석을 반 넘게 하는 피트니스 센터 연회원 노릇 같은 비경제적인 일은 이제 정리해야 한다.
남에게 피해를 주고도 당당한 사람들 틈에서 살아남으려면 결석을 반먹듯 했지만
3년 연회원 마지막 날을 이렇게 장식하다니 유감이다.
무엇보다도 허술해 보이던 금옥마저 말없이 철수한 게 씁쓸했다.
금옥 역시 피해자일지 모르지만 나는 엄연히 그녀의 고객 아닌가.
입가에 부글거리던 침과 교수님이라고 불러준 호의를 되살리며 몇 장 남은 쿠폰을 구겼다.
카랑, 깡통이 발에 채웠다.
쓰레기통에 던져놨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교수님이세요?
나를 교수님이라고 부르는 여자, 금옥이다.
갑자기 설레었다.
앞으로의 삶의 아주 작은 가능성이 시작된 듯.
주인 여자가 월세를 두 배나 올려달라고 해서 그만두었는데
내가 철수하고 이틀 후에 문 닫았다면서요?
거기는 월세가 선불인데 나도 떼일 뻔했어요.
내일이 잠만 자다 겨우 오늘 정신 차렸어요.
쿠폰 남은 분들 빨리 쓰시라고 방을 붙여서 코피나도록 일했거든요.
남은 쿠폰을 돈으로 내드리려 했는데
친구 데려오고 딸 끌고 오고 다들 그렇게 소진해 주셨어요.
고급 동네라 그런지 다들 고급스럽더라고요.
얼추 다 해드렸는데 오늘 정신 차리고 보니 교수님 생각이 나잖아요.
회비 돌려드리던가 아니면 옮기기로 한 목욕탕으로 오시면 마사지 해드릴게요.
동네는 그쪽보다 후지지만 온탕은 훨씬 좋아요, 교수님.
제발 교수님 소리 좀 그만하라고 당부한 뒤
왜 다른 새신사들처럼 아줌마나 아가씨로 부르지 않는지 물었다.
여자들은 네 개의 호칭이면 다 끝나요.
일하는 분들은 사장님이나 원장님, 아줌마들은 선생님으로 부르면 얼추 맞아요.
좀 고상해 보이는 분들은 교수님 호칭을 좋아하더라고요.
때미는 다른 언니들이 금옥이는 그 호칭 때문에 손님이 많다고 그래요.
내 손님들한테 아줌마라고 할 순 없어요, 저는.
금옥의 구수한 말투 속에 고도의 마케팅 기법이 숨어 있는 셈이다.
선생님이라고 부를 땐 내가 주부로 보였다는 건가?
알겠습니다. 사장님, 그쪽 목욕탕으로 가죠.
내 말에 금옥이 교수님 왜 이러세요? 라며 히힛 웃었다.
그러고 보니 김 트레이너가 나에게 가입하지 말라고 언지를 준 일이 기억났다.
그를 기분 좋게 기억할 수 있어 다행이다.
누가 또 길바닥에 깡통을 버렸는지 밤하늘이 카랑 울린다.
깡통을 우주로 차올릴 때 가슴이 뻥하고 뚫렸다.
재밌게 감상하셨나요?
오늘 읽어드린 작품은 비교적 짧은 단편이었죠.
도도 피트니스 센터에 다니는 수건만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시간 강사와
피트니스 센터 사장 그리고 마사지와 떼밀이를 경하고 있는 금옥씨.
이들 세 사람의 이야기가 짧은 단막극을 보듯 경쾌합니다.
피트니스 센터 사장이 왜 그렇게 사람들에게 재등록을 하라고 종영을 했는지 그 이유가 나중에야 밝혀지는데요.
처음부터 그 사람은 그렇게 사람들에게 사기를 칠 계획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스토리는 종종 TV 뉴스에도 나오는 흔한 얘기죠.
1년짜리 회원권을 끊었는데 다음날 가보니 가게가 텅 비어 있더라.
피해자만 해도 몇백 명에 달한다.
사장은 지금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도피 중이다.
뭐 이런 식의 뉴스 들어보셨을 거예요.
아마 작가가 이런 뉴스 같은 것에서 소설을 착안한 것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다행인 건 주인공은 피해를 거의 보지 않았다는 거죠.
피트니스 센터 사장의 그 도도하고 막대먹은 말투에 기분이 나빴고
새로 보수한 목욕탕이 기분을 상했기 때문에
더는 재등록할 마음이 사라졌기 때문인데요.
그나마 다행이죠.
그리고 금옥씨를 생각해 보면 영업력이 참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좀 낯을 가려서 그런지 처음 보는 사람에게 그런 말을 막 하질 못하거든요.
금옥씨의 넉살 좋은 붙임성이 참 대단해 보였습니다.
그것이 금옥씨의 인생을 사는 노하우 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상대를 기분 좋게 띄워줘서 자신의 편으로 만들게 하는 방법을 아는 거죠.
영업력 짱입니다.
금옥씨 처럼만 한다면 무슨 일을 하든 크게 성공할 것 같습니다.
자동차 영업사원을 하면 올해의 판매왕이 될 것이고
보험을 하면 보험왕이 되고
떡볶이 장사를 하면 그 떡볶이 먹으려고 줄을 길게 늘어서게 만드는 떡볶이 왕이 되겠죠.
근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런 영업력의 바탕엔 사람에 대한 존중이 있는 건 아닐까요?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오늘 제가 읽어드린 작품은 이근미 작가의 우리 동네 금옥씨였습니다.
다음에도 재미있는 작품으로 다시 만날 것을 약속드리면서
여태까지 행복하세요.
달빛에 기대어 오늘도 너를 온다
닿을 수 없단 걸 알면서 눈을 감는다
비어있는 자리에 눈빛이 번져와서
네가 곁에 있는 듯해 이 밤을 버티게 한다
나둘씩 잠이 들고 네가 걷던 보도블럭만 더 또렷해져간다
놓치지 않으려고 사소한 너의 표정까지
달에게 털어놓다 나도 모르게 웃는다
달빛에 기대어 오늘도 너를 안아
닿을 수 없단 걸 알면서 눈을 감는다
비어있는 자리에 눈빛이 번져와서
네가 곁에 있는 듯해 이 밤을 버티게 한다
언젠가 이 그리움이 얕아질까 무뎌질까
그날이 온다 해도 오늘만은 이렇게
달빛 사이로 너를 본다
달빛에 기대어 마지막 너를 안아본다
잡을 수 없단 걸 알면서 손을 뻗는다
텅 비어버린 마음에 눈빛이 내려와서
돌아오지 못할 너까지
나까지 사랑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