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면서 듣는 짤막한 이야기 죽은 아기를 살리다가 삶과 죽음의 의미를 깨닫다 | 불교 사찰 이야기 전설 설화 경전 | 오디오 공감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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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아들과 겨자씨, 눈물로 얼룩진 한 여인이 인도의 사이성 거리를 헤매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보자기에 쌓인 아이를 내보이며 사람들에게 애원하였습니다.
제발 제 아이 좀 살려주세요.
무슨 일인가 싶어서 그녀에게 다가간 사람들은 흠칫 놀라며 혀를 찼습니다.
이복의 새댁, 아이는 이미 죽었다오.
아니에요, 살릴 수 있어요.
바싹 야윈 가여운 여인, 그녀의 이름은 끼사굿담이었습니다.
가난한 친정집 탓으로 시집 오는 날부터 그녀는 천대받았습니다.
두 눈을 지켜뜨고 고함을 치는 시어머니,
하인을 부리듯이 하는 시누이들 틈에서 그녀는 머리를 숙이고 눈물을 삼켜야 했습니다.
그런데 모질게 대하던 시집 식구들이 아들을 낳자 태도가 싹 바뀌었습니다.
떡두꺼비 같은 손자를 받아든 시어머니는 연신 방긋거리며 딸들에게 소리쳤습니다.
언니 몸도 무거운데 너희들은 도대체 뭐하고 있느냐.
어서 물기로고 언니 힘드니 저녁도 너희들이 차려라.
살갑게 대해주기는 시누이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이의 작은 손짓에도 까르륵 거리며 서로 보듬으려고 다투기 일수였습니다.
이렇게 온 집안에 웃음꽃이 피었고 끼사굿담이도 무척 행복했습니다.
행복이란 이런 거구나 하며
그동안 쌓였던 서름이 눈녹듯이 사라져버렸습니다.
피어나는 영곳 봉구리처럼 토실토실한 아이의 얼굴은 끼사굿담이에게 고단한 삶을 견디게 하는 힘이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아이가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불덩이처럼 열이 흐르고 붉은 반점이 온몸에 도든 아이는 젖을 물려도 빨지 않고 계속 울기만 하였습니다.
백방으로 약을 구하고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았지만 아이는 속절없이 보채기만 하였습니다.
긴긴 밤을 아이와 함께 울며 지새우던 어느 날 아이의 울음소리마저 끊어져버렸습니다.
끼사굿담이의 남편은 안쓰러운 눈길로 다가와 말했습니다.
여보 이제 그만해요. 아이는 이미 죽었어요.
그러자 끼사굿담이는 아니에요 살릴 수 있어요.
아니 반드시 살릴 거예요 하고 아이를 꼭 껴안았습니다.
남편이 품 안에 아이를 빼앗자 끼사굿담이가 소리쳤습니다.
안됩니다. 내 아이 돌려주셔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던 그 아이를 장작더미 위에 던지려고요.
안됩니다. 아이를 살릴 수 있어요.
끼사굿담이는 남편의 품에서 아이를 빼앗아 거리로 내달렸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거리를 헤매며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제 아이 좀 살려주셔요.
그러나 아이를 살릴 방법을 가르쳐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모두들 혀를 차며 돌아설 뿐이었습니다.
죽은 아이 때문에 미쳤나 봐.
어느덧 해는 기울었고 헝클어진 머리카락에 신발도 신지 않은 그녀를 보고 사람들은 멀찍이 돌아갔습니다.
그때 할머니 한 분이 끼사굿담이에게 다가왔습니다.
새댁, 아이를 한번 봅시다.
나무토막처럼 굳은 아이의 몸에는 이미 여기저기 시퍼런 멍울이 맺혀있었습니다.
끼사굿담이는 할머니를 바라보면서 간절하게 말했습니다.
할머니, 도와주세요. 제 아이를 살릴 약 좀 주셔요.
할머니는 여인의 어깨를 한참이나 다독였습니다.
에이, 딱하지. 아이를 살릴 약이 내게는 없다오.
하지만 그 약을 줄 수 있는 사람을 내 가르쳐주리다.
할머니의 말에 끼사굿담이는 눈이 휘둥그레지며 물었습니다.
어디에서 그 약을 구할 수 있습니까?
할머니는 흥분한 그녀에게 차근차근 말해주었습니다.
이 큰 길을 따라 곧장 서쪽으로 가면 길 끝에 기원정사라는 곳이 있다오.
그곳에 계시는 부처님은 모든 고통을 치료해주시고 죽지 않는 약을 나누어주는 분이다오.
새댁, 그곳으로 찾아가구려.
끼사굿담이는 죽은 아이를 안고 기원정사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부처님을 보자마자 부처님의 가사 자락을 붙들고 울부짖었습니다.
부처님, 제발 제 아이를 살려주세요. 아이를 살릴 약 좀 주세요.
말없이 끼사굿담이를 바라보던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좋습니다.
요인이요, 사람이 한 번도 죽어나간 적이 없는 집을 찾아 그 집에서 겨자씨 한 줌을 얻어오십시오.
그러면 당신 말대로 해드리겠습니다.
다시 사위성 거리로 달려간 끼사굿담이는 거리의 첫 번째 집 대문을 쾅쾅 두드렸습니다.
주인이 나오자 끼사굿담이는 간절히 애원하며 부탁하였습니다.
죄송합니다만 불쌍한 저를 위해 겨자씨 한 줌만 나누어주실 수 있나요?
끼사굿담이의 행색이 안쓰러웠는지 주인은 겨자씨를 두 줌이나 치마폭에 담아주었습니다.
이때 돌아서는 주인을 향해 끼사굿담이가 불러스며 물었습니다.
저기요, 그런데 혹시 이 집에서 사람이 죽어나간 적은 없겠지요?
이 말을 들은 주인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끼사굿담이에게 말했습니다.
이 사람아, 사람이 죽어나가지 않은 집이 어디 있겠나.
우리 집만 해도 초상칠은 지 한 달도 안 됐다네.
움켜쥔 치마폭이 힘없이 흘러내렸고 겨자씨는 그만 땅바닥에 쏟아져 버렸습니다.
끼사굿담이는 길바닥에 쏟아진 겨자씨를 그대로 둔 채 늦은 밤까지 거리의 모든 문을 두드리며
사람이 죽어나가지 않은 집을 찾았지만 그런 집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결국 끼사굿담이의 소나기에도 힘이 빠졌고 마지막 집에 이르러 간신히 문을 두드렸습니다.
누구세요?
세상 걱정 없어 보이는 편안한 얼굴에 아주머니가 문을 열었습니다.
아주머니 부탁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제가 꼭 필요해서 그러는데 혹시 이 집에서 사람이 죽어나간 적이 없다면
저에게 겨자씨 한 줌만 주실 수 있겠어요?
이때 아주머니는 도리어 끼사굿담이에게 물었습니다.
보자기에 안고 있는 건 뭡니까?
제 아이랍니다.
제때 약을 먹지 못해 죽고 말았지 뭡니까?
기원정사 부처님께서 사람이 죽어나가지 않은 집 겨자씨를 구해오면 살려주겠다고 해서 이렇게 찾아다니는 중입니다.
여인은 천천히 다가와 끼사굿담이를 안았습니다.
그녀가 슬픈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나도 얼마 전 쌍둥이를 잃었답니다.
새댁 이 세상에 사람이 죽어나가지 않은 집은 없어요.
어느 집 할 것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또 죽어가고 있답니다.
두 여인은 서로의 품에 기대어 소리 없이 울었습니다.
고요한 사위성의 달빛 그림자를 밟으며 끼사굿담이는 기원정사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품 안에 아이를 가만히 내려놓고 부처님의 발 아래에서 또 한참을 울었습니다.
그녀의 울음이 잦아들 무렵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덧없이 흐르고 변한다는 것 한 집안 한 마을 한 나라만의 일 아니네.
목숨 가진 중생이면 누구나 할 것 없이 모두가 반드시 꼭 겪어야만 하는 일.
가련한 여인 끼사굿담이는 출가하여 비군이가 되었고
머지않아 불도를 깨달아 많은 대중 앞에서 당당히 말하였습니다.
성스러운 팔종도를 닦고 불사에 이르는 길을 걸은 저는 평안을 얻고 진리의 거울을 보았습니다.
번뇌의 화살을 꺾고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저는 이미 할 일을 마쳤습니다.
낡은 누더기 한 벌로 평생을 지낸 끼사굿담이를 두고 부처님은 칭찬하셨습니다.
나의 비군이 제자 가운데 남루한 옷을 입고도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기로 제 1인 사람은 끼사굿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