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된 공포의 상징 '타이라신'의 숨겨진 이야기와 복원 진행도 [자연]

기묘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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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스스로의 욕심으로 타이라신을 괴물로 만들었습니다.
#미스터리 #동물 #멸종 #괴물
1803년 호주 남부의 테즈메이니아 섬에 상륙한 영국인들은 난생 처음 보는 기묘한 생물과 조화합니다.
호랑이를 연상케 하는 줄무늬, 배쪽에 달려있는 주머니, 1미터에서 1.5미터에 달하는 크기를 지닌 이 동물에 영국인들은 타이라신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요.
이들은 지구상 최후의 대형 육식 유데류였죠.
유데류는 미숙한 상태로 출산한 새끼를 유가낭이라 불리는 주머니에서 양육하는 포유류를 뜻합니다.
캥거루, 코알라 등 약 300종의 포유류가 유데류에 해당되는데요.
유데류의 주목할 만한 특징은 태반유 동물들에 대응되는 생태와 외양을 가진 종들이 하나씩 존재한다는 것이죠.
이는 전혀 다른 종이 비슷한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서로 닮은 모습으로 진화하는 수렴진화를 거친 결과물입니다.
예를 들자면 하늘다람쥐와 슈가글라이더, 개미앓기와 주머니개미앓기, 검치호와 틸라코스밀로스, 제기호와 주머니사자, 코요테와 주머니늑대 등이 있는데요.
과거에는 앞서 설명했던 틸라코스밀로스, 주머니사자 등의 대형 육식 유데류가 다수 존재했죠.
그러나 이들은 기후변화와 태반유 포식자들과의 경쟁, 고대인류의 사냥 등을 견디지 못하고 모조리 멸종하고 맙니다.
다행히 약 1만 년 전 빙하기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하며 호주 본토와 분류된 테즈메이니아 섬에는 육식 유데류와 경쟁할 만한 대형 육식 태반유가 존재하지 않았는데요.
테즈메이니아 섬에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게 된 주머니늑대는 운이 아주 좋았죠.
제주도의 34배 크기에 달하는 광활한 섬에는 먹잇감이 매우 풍부했고, 원주민들은 인간에게 별다른 피해를 끼치지 못하는 이들을 굳이 사냥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1만 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주머니늑대는 지구상 유일의 대형 육식 유데류로서 번성했죠.
1803년 식민지 개척을 위해 테즈메이니아 섬에 상륙한 영국인들은 그 즉시 자원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강제로 원주민들을 플린더스 섬으로 이주시키고 저항하는 자들은 사살했으니 섬의 영토는 주인 없는 빈 땅에 불과했는데요.
하루가 멀다하고 토지 개관과 건축 등이 끊임없이 이루어졌고, 1만 5천명에 달했던 원주민들은 50여명으로 줄어들었죠.
이윽고 1825년 설립된 반 디멘스랜드 컴퍼니는 폭발적으로 증가한 영국 섬유산업의 수요에 주목, 대규모 양털농장 사업을 계획합니다.
2년 뒤인 1827년에는 영국과 테즈메이니아 섬 정기편 운항이 개시되었고,
회사로부터 목장을 대여받아 양을 기르기 시작했는데요.
그러나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머나먼 바다를 넘어 데리고 온 양들은 영국과 정반대인 남방구의 계절에 쉽사리 적응하지 못했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느 순간부터 양들이 정체불명의 습격자들에게 공격당하기 시작했습니다.
밤마다 양들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고, 심지어 농부들이 키우는 닭까지 잡아먹혔는데요.
분노에 가득찬 이민자들은 당장 이 사태의 해결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죠.
그리고 범인으로 지목된 것은 바로 주머니 늑대였습니다.
농부들은 처음엔 회사의 말을 반신반의했는데요.
그도 그럴 것이 몸무게가 100kg에 달하는 양을 기껏해야 20kg밖에 되지 않은 주머니 늑대가 사냥한다는 것은 도통 믿기지가 않는 이야기였죠.
심지어 이들은 무리사냥이 아닌 단독사냥을 하는 동물이었습니다.
반 디멘스랜드 컴퍼니는 최대 80도까지 벌어지는 주머니 늑대의 턱을 근거로 이들이 충분히 양을 사냥할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이와 동시에 회사가 주머니 늑대에 현상금을 걸자 농부들에게는 선택권이 사라졌죠.
회사의 주장을 믿은 농부들은 분노에 가득차 주머니 늑대를 사냥했고, 믿지 않은 농부들은 당장의 생계를 꾸리기 위해 사냥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곳은 의도적인 거짓 선동이었는데요.
주머니 늑대의 턱과 송곳니는 놀랍도록 나약했고 결코 거대한 먹이를 사냥할 수 없었죠.
2011년 뉴스하우스 웨일즈 대학교가 연구한 결과 30kg의 거대한 개체조차 5kg 이상의 먹이를 사냥할 수 없음이 밝혀졌을 정도였습니다.
실제로 양과 닭 등의 가축을 사냥했던 것은 이민자들이 데려온 사냥개들이었는데요.
환경 적응 문제로 양들이 폐사해 사업이 급격히 어려워진 농부들이 입을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내다버린 사냥개들이 야생화한 결과였죠.
반 디멘스랜드 컴퍼니는 이 모든 사실을 대략적으로 파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주머니 늑대를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이는 퇴즈메이니아 섬에 회사를 설립함과 동시에 들었던 보험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함이었는데요.
사업주가 미리 예측해야만 했던 문제들로 인해 폐사한 양들의 책임을 주머니 늑대의 탓으로 돌림으로써 보험금을 수령하는 데 성공한 반 디멘스랜드 컴퍼니는 더욱 적극적으로 이 무거한 유대류를 희생양으로써 활용하기 시작했죠.
성공적인 식민지 사업을 위해서는 반드시 이 3미터에 달하는 무시무시한 포식자를 몰아내야만 합니다.
녀석은 사람까지 잡아먹는 괴물입니다.
물리적인 거리의 한계로 직접 실물을 확인할 방도가 없다는 맹점을 이용해 이들은 주머니 늑대의 크기와 포악함을 크게 부풀려 영국 본토에 보고했습니다.
계속된 보고에 영국 정부는 해수구제 사업을 개시했는데요.
1888년 퇴즈메이니아 식민지 정부는 공식적으로 주머니 늑대 1마리당 1파운드, 새끼의 경우에는 17링의 현상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하죠.
이는 현재의 가치로 각각 26만원, 13만원의 거금이었습니다.
완벽히 야상화된 사냥개들, 영국인들과 함께 호주 본토에 건너온 딩고, 사냥꾼들의 총알 등 수많은 고난에 부딪힌 주머니 늑대의 수는 순식간에 줄어들었는데요.
퇴즈메이니아 토착동물 자문위원회는 귀중한 토착생물을 계속해서 사냥하는 것은 차츰 멸종을 불러올 수 있음을 경고하며 보호구역을 지정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광기는 그들의 예상을 한참 뛰어넘었죠.
1921년 호주의 박물학자 헨리 버렐은 사로잡은 주머니 늑대를 박제로 제작합니다.
생동감을 더하기 위해 따로 제작한 닭 박제를 입에 물려놓은 주머니 늑대 박제는 마치 살아있는 것만 같았는데요.
그런데 이 사진이 부가 설명을 모조리 빼놓은 것도 모자라 주변 배경을 잘라놓은 형태로 신문에 실리게 되죠.
기사 속 사진을 통해 가축이 잡아먹히는 광경을 실제로 보게 된 농장주들은 크게 격분했습니다.
농부들의 분노는 토착생물을 보호하자는 사람들까지 함께 쏴죽일 기세였고 전례 없는 속도로 주머니 늑대의 개체수가 급감하는데요.
얼마 지나지 않아 테즈메이니아 이민자들에게 있어 주머니 늑대 사냥은 일종의 오락으로 변질되었죠.
이윽고 주머니 늑대의 숫자가 희귀할 정도로 줄어들자 전 세계에서 테즈메이니아를 향한 수많은 요청들이 비팔쳤습니다.
바로 장식용 박제를 만들고 싶으니 잘생긴 주머니 늑대를 보내달라는 부탁이었는데요.
희귀한 만큼이나 가격 또한 비싸진 주머니 늑대를 찾아 사냥꾼들은 섬 곳곳을 샅샅이 뒤졌고 그 결과 한 마리도 남김없이 모든 개체가 사냥당하는 비극이 벌어졌죠.
1933년 12월 테즈메이니아 호바트 동물원을 방문한 박물학자 데이비드 플레이는 우리 안의 주머니 늑대를 35mm 필름으로 촬영합니다.
벤자민이라는 이름이 붙은 해당 개체는 지구상의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주머니 늑대였는데요.
1936년 9월 7일 최후의 대형 육식 유대료가 땅에 쓰러졌고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죠.
그렇게 주머니 늑대는 멸종을 맞이했습니다.
약 30년 후 사람들은 뒤늦은 생존 개체 수색에 나섰는데요.
1936년부터 1998년까지 203건의 목격신고가 들어왔지만 대부분 털이 빠진 붉은 여우나 들깨를 착각한 것으로 확인되었죠.
일각에서는 몇몇 목격담에는 제법 신빙성이 있다고 주장하며 주머니 늑대가 아직까지 생존해 있거나
혹은 1990년대 후반 또는 2000년대 초반에 멸종되었다는 가설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2018년 2월 25일에도 목격 보고가 나오는 등 관련된 목격담은 계속해서 등장하는 중이지만
2005년경 175만 달러라는 거액의 현상금이 걸렸음에도 그 존재가 확인되지 않는 등 생존 가능성이 너무나 미약한 것이 사실인데요.
그럼에도 사람들은 주머니 늑대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죠.
호주의 문화적 상징이자 스포츠팀의 마스코트, 각종 미디어의 주인공으로 등장할 정도로
인기가 높아진 주머니 늑대를 되살리기 위한 각종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에 있습니다.
2024년 10월 17일에는 110년된 에탄올 표본에서 개논구조를 99.9% 추출해내는데 성공하는 등 날이 갈수록 그 가능성이 높아지는 중인데요.
지금 보시는 영상은 데이비드 플레이가 촬영했던 영상을 현대 기술을 이용해 리마스터링한 것입니다.
이 외로운 주머니 늑대가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
천문학적인 금액을 들이며 되살리려 하는 동물들은 모두 인간의 손으로 멸종시킨 동물들입니다.
기묘한 밤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