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바이러스 '에볼라'의 숨겨진 이야기들 [사건사고]

기묘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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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모든 일이 벌어졌습니다.
#미스터리 #바이러스 #질병 #실화
1976년 9월 5일 자에르 북부의 작은 마을 얀부크는
지옥 같은 상황의 직면에 있었습니다.
건강했던 사람들이 갑자기 고열 증세를 보이기 시작하더니
단 3일 만에 온몸의 모든 구멍에서 붉은 비를 쏟아내며 숨을 거두었는데요.
아주 무시무시한 무엇인가가 마을을 휩쓸고 있었죠.
2019년 11월 17일 최초 감염 보고를 시작으로
역사 그 자체를 바꿔놓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가 강도 높은 격리 조치를 시행했지만
모두가 잘 알다시피 감염 확산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가 해제된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에서 약 2천만 명 이상이 감염되어 있을 정도로
코로나의 전파력은 매우 높은데요.
이 바이러스가 이토록 높은 전염성을 지닌 이유는
바로 치명률이 낮기 때문이죠.
치명률이 낮을수록 감염자가 타인과 접촉할 기회는 늘어납니다.
치사율과 입원 악화 확률이 크게 줄어
무증상자의 비율을 크게 늘린 오미크론 변이가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높은 델타 변이를 순식간에 제치고
확진자 중 97%를 차지하는 지배종이 되어
폭발적인 전염성을 보였던 이유가 여기에 있는데요.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의 분석 결과
초기 8.5%에 달했던 치사율이 약 2년 반이 지난
2022년 2월경 50대 이하의 오미크론 치명률은
0%에 수렴한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을 정도로
코로나의 치명률은 기아급수적으로 줄어들었죠.
이렇게 독성이 약화된 형태의 변종이 기존의 바이러스들을 몰아낸 결과
코로나는 총 7억 명 이상을 감염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그 중 사망한 사람은 1%도 되지 않으며
높은 의료 수준을 갖춘 대한민국의 경우에는
즉, 코로나는 치명률을 낮추는 방향으로 진화함으로써
전 세계를 휩쓰는 데 성공했던 것인데요.
그런데 이와 반대로 그 위험성이 너무나 강력해
쉽사리 전파되지 않은 바이러스가 존재하죠.
바로 악명이 차지한 죽음의 바이러스
에볼라 출혈열입니다.
1976년 자이르 북부 붐바 지역의 얀부크에서
학교 교장을 맡고 있었던 44세의 남성 마발로 로켈라는
12일에 걸친 긴 휴가 기간 동안
중앙아프리카 공화국의 국경 지대를 여행하던 중
말라리아에 감염되었는데요.
여행지에서 치료제인 퀴닌 주사를 맞고 얀부크로 돌아온 그는
또다시 미혈 증세를 느끼고 한 번 더 주사를 맞기 위해
8월 26일에 인근 병원을 방문했죠.
해당 병원은 의사 없이 4명의 수녀 간호사들이
말라리아 치료 정도는 거뜬했습니다.
간호사들에게 퀴닌 주사를 접종받은 마발로는
주사가 효과가 없는 것 같다라며
9월 1일에 다시 병원을 찾아왔는데요.
38도가 넘는 고열과 함께 구토, 설사 등의 증세가 심각했죠.
전형적인 말라리아 증세를 보이는 그에게
수녀들은 집에서 조금 더 휴식을 취할 것을 권했습니다.
그런데 4일 뒤 마발로가
온몸에서 피를 줄줄 흘리는 끔찍한 모습으로 병원에 나타났는데요.
코와 잇몸에서 지속적으로 출혈이 발생함과 동시에
검붉은 피가 섞인 토사물과 설사를 쏟아내는 마발로를 본 수녀들은
병원의 모든 치료제를 동원해 그를 살리려 시도했죠.
간호사들의 필사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마발로는 3일 만에 숨을 거두고 맙니다.
이 시점에서 얀부크 마을은 아주 끔찍한 상황의 직면에 있었는데요.
9월 1일 마발로가 병원에 방문했을 당시
수혈을 받고 있었던 16세 소녀 용배 농구가
9월 7일 집에서 온몸에 피를 쏟아내며 사망했고
함께 있던 9살 여동생 유자 역시
이틀 뒤 동일한 증상을 보이며 사망했죠.
또 같은 시간 말라리아 치료를 받기 위해 입원 중이었던 부부 역시
며칠 후 대량의 뇌출혈과 함께 목숨을 잃고 맙니다.
곧이어 마발로의 장례식에 참석했던 친척들과
지인 21명이 병원으로 몰려들었는데요.
이들은 하나같이 마발로와 동일한 증상을 호소하며
고통에 울부짖었고 환자들을 치료하던 수녀들까지
출혈이 시작되었죠.
9월 12일 구조 요청이 무선통신을 통해 전파되었고
약 3일 뒤 인근 지역의 의사 응모인 무쇼라 박사가
얀부크에 도착했는데요.
그는 눈앞의 광경을 보자마자
무엇인가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죠.
증상은 39도 내외의 고열과 강력한 뇌출혈,
양호한 상태에서 불과 3일 만에 사망할 정도로
진행속도가 무시무시합니다.
그 어떠한 치료법도 소용이 없습니다.
응모인 박사의 보고서가 수도 킨샤사에 전달되자
정부는 자유롭게 국립되어 미생물학 교수 린탁과
역학 교수 오몬보를 긴급히 해당 지역에 투입합니다.
그러나 두 교수는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공포에 질려 즉시 철수를 택하고 마는데요.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자이르 대통령 모부트 세세세코는
군대를 보내 얀부크를 격리하고
외부로 빠져나오려는 사람이 있다면
사살해서라도 막아라라는 명령을 내렸죠.
격리된 주민들은 하나둘 감염되어
온몸에서 피를 쏟으며 사망했고
그렇게 바이러스가 마을을 모조리 휩쓴 뒤에야
사태는 종식될 수 있었습니다.
한편 사태를 지켜보던 세계보건기구는
동일한 시기 수단 남부에서도 유사한 증상으로
사망한 사례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는데요.
만약 두 질병이 동일한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라면
이것은 대규모 감염 사태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세계 각국의 석학들이 이 미지의 질병을 조사하기 위해
자이르와 수단을 방문했고
혈액 등의 각종 샘플들이 채취, 분석되었죠.
벨기에의 바이러스 학자 페터 피오트가
전자 현미경을 통해 발견한
물음표처럼 생긴 기묘한 바이러스는
각종 실험을 통해 자신이 극도로 위험한 존재임을 증명합니다.
원숭이 세포 배양액의 바이러스 시료
한 방울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열흘도 되지 않아 세포들이 모조리 죽어버린 것인데요.
자칫하면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
세계보건기구는 모든 연구를 중단하고
시료를 전부 미국 CDC로 보낼 것을 지시했죠.
배턴을 이어받은 CDC는 자이르로
카엘 존슨 박사, 조엘 브래먼 박사를 급파했고
이들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감염매개체가 환자의 책임을 밝혀냅니다.
당시 얀부크 병원은 5개밖에 없는 주사기로
하루 300명에서 600명에 육박하는 환자들을 치료해야만 했고
시간에 쫓겼던 간호사들은 제대로 바늘을 소독하지 않았는데요.
이와 더불어 가족이 맨손으로 시신의 항문과 입속에 손을 넣어
배설물 등의 오물을 제거하는 방식을 고수하는
얀부크 특유의 장례 풍습은
사방으로 바이러스가 가득한 책을 퍼뜨렸고
이것이 대량의 감염자를 발생시키는 원인이 되었던 것이죠.
얀부크 마을이 오명을 뒤집어 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근처 에볼라강의 이름을 따
에볼라 출혈열이라는 병명이 붙게 된 이 바이러스는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치명적이었습니다.
자이르 보건부의 조사 결과
감염자 358명 중 325명이 사망해
치사율이 무려 90.7%에 달할 정도였는데요.
이후 학자들이 오랜 시간 동안 에볼라를 면밀히 조사한 결과
그 작용 기준을 비롯한 여러 가지 사실들이 밝혀지게 되었죠.
먼저 수단과 자이르에서 발생한 감염 사태는
각개 다른 에볼라 바이러스 종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또 증상이 발현한 환자의 체액을 통해서만 감염되며
잠복기에는 전염성이 없는데요.
한 번 증상이 시작된 환자는
감염이 널리 퍼져나갈 틈도 없이
순식간에 사망에 이르고 만다는
에볼라의 강력함이 이와 맞물리며
전파력이 크게 떨어진 결과
에볼라의 높은 치명률은
면역체계를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특성에서 기인하는데요.
면역 반응의 개시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포 중 하나인 수지상세포를
첫 번째 타겟으로 삼는 에볼라 바이러스는
순식간에 면역체계의 지휘자를
바이러스 생산 공장으로 뒤바꿔 놓죠.
이와 동시에 외부 침입자를 잡아먹는 대식세포와
대식세포 혹은 수지상세포로 성숙하게 되는
면역체계를 송두리째 뒤흔든 에볼라는
이들 세포로 하여금 혈관에
체액을 방출하라는 명령과 함께
호중구를 호출하도록 합니다.
백혈구의 일종인 호중구는
면역체계에 호출을 받았을 때
혈관 상피를 뚫고 나오는 특성을 지니는데요.
유연한 혈관 상피는 호중구가 지나갈 길을
잠시 동안 열었다 닫는 것이 가능하지만
에볼라에 의해 조종당한 면역체계는
혈관 상피가 견디지 못할 정도로
대규모의 호중구를 호출해
곳곳에서 출혈을 발생시키죠.
문제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온몸에서 벌어진다는 것입니다.
가장 강력한 자이르 에볼라의 경우에는
장기들이 녹아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심각한 뇌출혈이 발생하는데요.
때문에 환자들은 온몸의 구멍에서
피를 쏟으며 사망하게 되는 것이죠.
안타깝게도 에볼라 바이러스의
정확한 전염 경로는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
아프리카에서만 발생하는 질병을
커다란 돈을 들여 조사해봐야
금전적인 이득을 볼 수 없다는 점
첫짓하면 연구진이 감염되어
귀중한 인재를 이룰 수도 있다는 점
미개발된 야생 지역을 탐험해야 한다는 점 등이
커다란 난제로 작용하기 때문인데요.
그저 박쥐나 원숭이 등의 야생 동물들이
숙주로서 기능하지 않을까 하는
추측만이 있을 뿐이죠.
한편 2014년 사아프리카 지역에서
약 2년간 에볼라가 크게 유행하며
총 28,616명의 발병자와
11,310명의 사망자를 낳는 감염사태가 발생하며
백신이나 치료제와 같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공통된 인식이 의학계 내에서 생겨나게 됩니다.
자국민 중에서도 감염자가 나왔다는 사실은
많은 선진국들이 백신 치료제 개발에
참여하도록 만들었는데요.
2014년 에볼라에 감염되어
죽음의 문턱에 다다른 미국인 환자들이
아직 실험 단계에 있는 치료제에
진입을 투여받고 일부가 회복된 것을 시작으로
관련 연구가 계속되었죠.
그리고 마침내 2019년 8월 에볼라 바이러스를
공동 발견했던 콩고 민주공화국의 미생물학자
장자크 무혐의 탄품이 40년이 넘는 끈질긴 연구 끝에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성공하게 됩니다.
개발된 항체 기반 치료제는
68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 결과
90%의 치료율을 보여줬고
이를 바탕으로 탄품은 네이처 선정
2019년 과학계를 달군 인물 10인에 드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는데요.
이 밖에도 독일의 제약사 머크와
미국의 제약사 존슨앤드 존슨이
각각 백신을 개발하는 등
한때 죽음의 바이러스라고 생각되었던
에볼라에 대한 대책이 서서히 마련되는 중이죠.
그러나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릅니다.
두 백신 모두 2022년 9월 우간다에서 발생한
수단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에는
효과적이지 않았던 것처럼
기존의 변종은 물론 추후 발생 발견할지도 모르는
여러 변종들에 대한 대책 역시도 필요하기 때문인데요.
또한 현재는 체액을 통해서만 전파된다는 점
감염자가 순식간에 사망한다는 점들 때문에
바이러스가 창궐하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사태가 종식되고 있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라는 보장은 없죠.
1989년 미국 레스턴에 수입된
필리핀 원숭이들에서 발견된 레스턴 에볼라는
공기를 통해 전염되는 변종입니다.
이 변종에 감염된 원숭이들은
며칠 만에 내부 혈관과 장기에서
대량의 뇌출혈이 일어나며
90% 이상이 목숨을 잃게 되지만
인간의 경우에는 기껏해야
아주 약한 감기 증상만 일으키는데요.
아직까지는 인간에게 무해한 이 변종이
만약 자이르나 수단 에볼라와 혼합된다면
정말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죠.
일각에서는 공기로 인간에게 감염되는
자이르-레스턴 혼합 변종이
높은 치명률을 그대로 유지한 채
긴 잠복기간, 잠복기간 중에도
전염 가능의 특성으로 변이하는
최악의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숙주가 레스턴 에볼라와 자이르 에볼라에
동시에 감염될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점.
에볼라는 유전체가 비분절 RNA로 구성되어 있어
자연적으로 유전자 재조합이 일어날 확률이
매우 낮다는 점 등으로 인해
그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고는 해도
연구팀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관련 연구와 취급에 아주 엄격한
생물안전 지침을 따르는 한편
인위적으로 바이러스를 개발하지 않도록
국제법을 정해두고 있는데요.
팬데믹, 아포칼립스 영화의 한 장면이
현실로 찾아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죠.
기묘한 밤이었습니다.
